《단 한 권을 읽어도 제대로 남는 메모 독서법》을 읽고 35년 직장생활 끝에 시작한 메모 독서, 책을 삶의 자산으로 남기는 법 (메모 독서, 밑줄과 여백, 독서 노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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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메모 독서 |
나이가 들수록 책을 읽고 돌아서면 내용이 잘 기억나지 않는다. 35년 가까이 직장생활을 하면서 수많은 책과 업무 관련 문서를 읽었지만, 완독했다는 뿌듯함도 잠시였다. 시간이 지나면 “내가 그 책에서 무슨 내용을 읽었더라?” 하고 까마득해지는 일이 반복됐다.
일상에서도 메모를 해두고 일이 끝나면 줄을 그어 ‘완료’ 표시를 해야 잊지 않는 요즘이다. 이왕 시간과 정성을 들여 책을 읽는다면 한 권이라도 그냥 흘려보내지 않고 내 삶에 남겨두고 싶었다. 그래서 신정철의 《단 한 권을 읽어도 제대로 남는 메모 독서법》을 펼쳤다.
책을 깨끗하게 읽어야 한다는 생각부터 내려놓았다 (메모 독서)
가장 인상 깊었던 것은 메모 독서가 단순히 잊어버리지 않기 위한 기록법이 아니라는 점이었다. 책에 밑줄을 긋고 여백에 생각을 적고, 독서 노트에 다시 정리하는 과정은 책의 내용을 그대로 받아들이는 읽기를 넘어 책과 내가 대화하면서 ‘나만의 생각’을 만들어가는 과정이라고 설명한다.
사실 나는 책을 깨끗하게 읽어야 한다는 생각이 강했다. 볼펜으로 줄을 긋거나 여백에 글씨를 쓰면 책을 망치는 것처럼 느껴졌다. ‘독서 노트’도 왠지 거창한 서평을 써야 할 것 같아 쉽게 시작하지 못했다.
하지만 지나고 보니 깨끗하게 보관한 책은 많아도, 그 책에서 무엇을 얻었는지는 희미한 경우가 많았다. 좋은 문장을 읽고도 필요한 순간 떠오르지 않으니, 책을 읽은 시간이 모래알처럼 손가락 사이로 빠져나가는 느낌이 들었던 이유도 알 것 같았다.
밑줄 하나가 기억을 붙잡아주었다 (밑줄과 여백)
책에서 알려준 방법을 실제로 적용하면서 가장 먼저 바꾼 것은 책을 대하는 태도였다. 마음에 와닿는 문장이 나오면 더 이상 망설이지 않고 연필로 밑줄을 쳤다. 여백에는 그 순간 떠오른 생각이나 35년 직장생활에서 쌓인 경험과 연결되는 느낌을 짧게 적었다.
그리고 퇴근 후나 주말에 작은 노트를 펼쳤다. 밑줄 친 문장 가운데 오래 기억하고 싶은 몇 문장과 그 문장을 읽으며 떠올랐던 내 생각을 몇 줄씩 적었다. 거창한 독후감을 쓰려고 하지 않았다. 그저 나중에 다시 봤을 때 ‘내가 이 문장에서 이런 생각을 했구나’ 하고 알아볼 수 있을 정도로만 기록했다.
그렇게 읽으니 책에 훨씬 깊이 몰입하게 됐다. 무엇보다 시간이 지난 뒤에도 독서 노트를 펼치면 책의 핵심 내용뿐 아니라 그때 내가 어떤 생각을 했는지까지 다시 떠올랐다. 단순히 눈으로 읽는 것과 직접 손으로 표시하고 정리하는 것은 확실히 달랐다.
기억이 흐려지는 것을 나이 탓으로만 생각했는데, 메모라는 도구가 그 빈자리를 상당 부분 채워줄 수 있다는 것도 알게 됐다.
많이 읽기보다 오래 남기는 독서를 하고 싶다 (독서 노트)
이 책을 읽고 난 뒤에는 ‘다독’에 대한 생각도 조금 달라졌다. 여러 권을 읽었다는 숫자보다 한 권을 제대로 소화하고 내 생각으로 남기는 것이 나에게는 더 중요해졌다.
물론 책에서 제안하는 모든 방법이 나에게 똑같이 편한 것은 아니다. 마인드맵을 그리거나 읽은 내용을 바탕으로 블로그 등에 완성도 높은 글을 쓰는 과정은 컴퓨터 사용이 익숙하지 않거나 일상의 체력이 한정된 60대 이상의 독자에게는 부담스럽게 느껴질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나는 굳이 복잡한 도구를 따라가려고 하지 않는다. 손에 익은 연필 한 자루와 작은 노트만 있어도 충분하다. 중요한 것은 방법의 완성도가 아니라 책을 읽으며 내 생각을 남기는 습관이라고 생각한다.
앞으로는 읽는 책마다 나만의 밑줄과 여백 메모를 남기고, 한 달에 한 권이라도 독서 노트를 차곡차곡 만들어볼 생각이다. 언젠가 오랜 직장생활을 마치고 인생 2막을 살아갈 때, 이 노트들이 내가 지나온 시간과 책에서 얻은 지혜를 함께 담아둔 작은 보물 상자가 되었으면 한다.
메모는 나이 들면서 희미해지는 기억을 붙잡아주는 지팡이 같은 것인지도 모르겠다. 35년의 경험에 메모 독서라는 습관이 더해지니, 이제 책은 읽고 지나가는 것이 아니라 조금씩 내 삶에 쌓아가는 자산처럼 느껴진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