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아침 써봤니?》를 읽고, 35년의 삶을 기록하기 시작했다 (자발적 기록, 아침 글쓰기, 삶의 다음 장)
《매일 아침 써봤니?》를 읽고, 35년 차 직장인이 모닝커피와 함께 15분 아침 글쓰기를 실천하며 깨달은 자발적 기록과 인생 2막에 대한 솔직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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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발적 기록, 아침 글쓰기, 삶의 다음 장 |
35년 가까이 직장 생활을 하다 보니 글을 쓰지 않은 것은 아니었다. 보고서와 공문서, 업무 기록은 셀 수 없이 작성했다. 그런데 정작 ‘나’를 위한 글은 거의 남아 있지 않았다. 내가 어떤 생각을 했는지, 어떤 순간에 보람을 느꼈는지, 지나온 시간에서 무엇을 배웠는지는 머릿속에만 남아 있었다.
은퇴를 앞두고 있다는 생각이 들면서 이 점이 조금 아쉽게 느껴졌다. 그동안 살아온 시간이 적지 않은데, 그것을 나만의 언어로 정리해 본 적이 없었다. 그러던 중 김민식의 《매일 아침 써봤니?》를 읽게 됐다. MBC PD로 일하며 꾸준한 글쓰기를 삶의 새로운 기회와 즐거움으로 연결해 온 저자의 이야기가 눈에 들어왔다.
잘 쓰는 것보다 내 목소리를 남기는 일 (자발적 기록)
책에서 가장 오래 머물렀던 생각은 “누구나 글을 쓸 수 있고, 매일 아침 블로그나 노트에 써 내려가는 소소한 기록들이 모여 삶을 바꾸는 놀라운 기적을 만들어낸다”는 내용이었다.
나는 그동안 글쓰기를 조금 어렵게 생각했던 것 같다. 잘 써야 하고, 읽는 사람에게 의미가 있어야 한다는 생각이 먼저였다. 하지만 저자가 말하는 ‘자발적 기록’은 조금 달랐다. 타인의 평가보다 나 자신을 위해 쓰고, 완벽한 문장보다 계속 써 내려가는 데 의미를 둔다.
이 부분에는 공감하면서도 한편으로는 의문이 있었다. 매일 아침 글을 쓰고 블로그나 SNS를 통해 적극적으로 자신을 표현하는 방식이 모든 사람에게 편안한 것은 아닐 것이다. 직장 환경이나 개인의 성향에 따라서는 매일 써야 한다는 사실 자체가 또 하나의 부담이 될 수도 있다.
그래서 나는 책의 방법을 그대로 따르기보다 ‘내가 오래 할 수 있는 방식은 무엇일까’를 생각하게 됐다.
모닝커피와 함께 시작한 15분 (아침 글쓰기)
책을 읽은 뒤 실제로 해본 것이 있다. 매일 아침 15분 일찍 일어나 모닝커피 한 잔과 함께 블로그나 노트를 펼쳤다. 거창한 주제를 정하지도 않았고, 문장을 잘 쓰려고 애쓰지도 않았다.
오늘 하루를 맞이하는 마음, 오랜 직장 생활에서 느꼈던 보람, 일상에서 스쳐 지나간 작은 깨달음이나 감사했던 순간을 편하게 적었다.
신기했던 것은 글을 쓰고 나면 하루를 시작하기 전 머릿속이 조금씩 정리된다는 점이었다. 전에는 막연하게 머물던 생각이 문장으로 옮겨지면서 내가 무엇을 중요하게 생각하는지 다시 바라보게 됐다. 하루를 수동적으로 시작하기보다 내 생각을 먼저 들여다보고 하루를 맞이하는 느낌도 생겼다.
35년이라는 시간을 돌아보면서 그동안 쌓아온 경험이 생각보다 많다는 것도 알게 됐다. 업무에서는 당연하게 여겼던 경험도 글로 적어보면 나름의 의미가 있었다. 지나간 시간을 다시 꺼내어 바라보는 과정에서 내 삶에 대한 자부심과 주체성도 조금씩 단단해졌다.
은퇴 후에는 무엇을 남길 것인가 (삶의 다음 장)
아직 매일의 글쓰기가 내 삶을 크게 바꾸었다고 말할 단계는 아니다. 또한 매일 써야 한다는 형식에 집착하고 싶지도 않다. 나에게 중요한 것은 기록을 의무로 만드는 것이 아니라 오래 이어갈 수 있는 즐거움으로 남겨두는 일이다.
앞으로도 아침의 이 15분을 계속 이어가고 싶다. 은퇴 후에는 35년 직장 생활에서 얻은 경험과 일상의 온기를 담아 나만의 에세이집을 차근차근 만들어 보는 것이 목표다. 후배들과 일하는 딸 세대에게 내가 먼저 겪었던 시행착오와 생각이 작은 길잡이가 되고, 때로는 따뜻한 응원이 될 수 있다면 그것도 좋은 기록의 모습일 것 같다.
돌이켜보면 매일 아침 글을 쓰는 시간은 거창한 자기계발의 시간이 아니라 나 자신에게 건네는 조용한 선물에 가깝다. 35년의 세월을 성실하게 걸어온 내 삶을 한 번쯤 천천히 바라보고, 오늘의 생각을 한 문장씩 남기는 시간이다.
잘 쓰는 것보다 내 마음을 잃지 않고 쓰는 것. 아마 지금의 나에게 《매일 아침 써봤니?》가 남긴 가장 현실적인 의미는 여기에 있는 것 같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