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러구트 꿈 백화점》을 읽고, 35년의 직장생활 끝에 다시 만난 밤 (밤과 꿈, 지나온 시간, 수면 루틴)
《달러구트 꿈 백화점》을 읽고, 35년 차 직장인이 밤에 대한 마음가짐과 수면 루틴을 바꾸며 깨달은 지나온 시간과 다정한 휴식에 대한 솔직한 서평입니다.
35년 가까이 직장생활을 하다 보니 하루를 마치는 순간에도 머릿속은 좀처럼 멈추지 않았다. 잠자리에 누우면 내일 해야 할 일이나 해결하지 못한 문제들이 떠올랐고, 하루의 피로를 풀어야 할 밤이 오히려 또 다른 걱정의 시간이 되기도 했다.
그래서 이미예 작가의 《달러구트 꿈 백화점》을 펼쳤다. 젊은 독자들에게 사랑받은 판타지 소설이라는 이야기를 들었지만, 솔직히 처음에는 내 나이에 조금 아기자기한 동화처럼 느껴질지도 모르겠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책을 읽으면서 예상과는 다른 지점에서 마음이 오래 머물렀다.
잠들기 전 다시 바라본 밤과 꿈 (밤과 꿈)
내가 가장 인상 깊게 읽은 부분은 달러구트가 가진 꿈에 대한 생각이었다. 과거의 고통스러운 꿈이나 악몽조차 그것을 이겨낸 사람에게는 자산이 될 수 있고, 가장 좋은 꿈은 지금 이 순간을 살아가게 하는 꿈이라는 이야기였다.
나는 이 내용을 단순히 ‘좋은 꿈을 꾸자’는 의미로 읽지는 않았다. 오히려 꿈과 밤을 현실에서 도망치는 시간이 아니라, 다시 현실을 살아가기 위해 잠시 나를 돌보는 시간으로 받아들였다.
특히 세상을 떠난 사람들이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꿈을 통해 마음을 전하는 이야기는 오래 남았다. 꿈이 상처받은 마음을 잠시 품어주는 쉼터가 될 수도 있다는 설정이 따뜻했다.
물론 현실의 고통이 그렇게 부드럽게 위로될 수 있을까 하는 의문도 있었다. 35년 동안 사회생활을 하며 겪었던 실제 상처와 후회는 꿈 하나로 사라질 만큼 가볍지 않았다. 책의 세계가 아름다운 만큼 현실의 복잡한 슬픔이 조금 지나치게 예쁘게 포장된 듯한 아쉬움도 있었다.
지나온 시간을 다시 바라보게 되다 (지나온 시간)
돌이켜보면 나 역시 젊은 시절부터 일과 가정, 여러 관계 속에서 중압감을 느낄 때면 초조한 꿈을 꾸거나 잠을 설친 날이 많았다. 힘들었던 일이나 후회스러운 순간들이 밤마다 마음을 무겁게 누르기도 했다.
그동안 나는 그런 밤을 그저 피곤해서 생기는 일쯤으로 생각했던 것 같다. 하루를 잘 버텨내는 것이 중요했지, 하루를 어떻게 내려놓을 것인지는 별로 생각하지 않았다.
그런데 이 책을 읽고 지나온 35년을 조금 다른 시선으로 돌아보게 됐다. 기뻤던 일만 내 삶을 만든 것이 아니었다. 힘들었던 시련과 후회, 마음 아팠던 순간들도 지나고 보니 나를 단단하게 만든 시간의 일부였다. 없애버리고 싶은 기억이라기보다 지금의 나를 만든 흔적에 가까웠다.
책이 말하는 모든 것을 현실에서 그대로 받아들일 수는 없지만, 적어도 과거의 나를 조금 덜 몰아붙여도 되겠다는 생각은 남았다.
잠자리를 ‘쓰러지는 곳’에서 휴식의 시간으로 (수면 루틴)
책을 읽은 뒤 실제로 바꿔본 것은 거창하지 않았다. 잠자리에 들기 전 오늘 하루 애쓴 나 자신을 한 번 다독이고, 직장 일에 대한 걱정과 집착을 잠시 내려놓으려 했다. 잠자리를 ‘내일을 위해 어쩔 수 없이 지쳐 쓰러지는 시간’이 아니라 나에게 건네는 휴식이자 선물이라고 생각해보기로 한 것이다.
그렇게 밤을 대하는 마음을 바꾸고 나니 잠들기 전 꼬리를 물던 업무 걱정이 많이 줄었다. 수면의 질도 눈에 띄게 좋아졌고, 아침에 눈을 떴을 때 머리가 한결 가볍고 상쾌했다. 매일 반복되는 직장생활 속에서도 소소한 행복이나 다정한 여유를 발견할 마음의 공간도 조금 넓어진 것 같다.
앞으로 남은 직장생활과 인생 2막에서도 이 습관을 이어가고 싶다. 매일 밤 나에게 좋은 꿈과 휴식을 선물하는 사람으로 살고 싶다. 가족과 지친 후배들에게도 내가 받은 것과 같은 따뜻한 안식처가 되어줄 수 있다면 좋겠다.
오늘도 출근과 삶의 무게를 짊어지고 잠자리에 드는 사람들이 있을 것이다. 그들에게도 《달러구트 꿈 백화점》에서처럼 따뜻한 꿈 한 조각이 배달되었으면 한다.
35년 동안 열심히 달려온 내 삶에도, 이제는 하루를 잘 마무리할 시간이 필요하다. 내일을 걱정하며 잠드는 대신 오늘의 나를 조금 다정하게 바라보는 것. 어쩌면 내가 이 책에서 가져온 가장 현실적인 꿈은 그것인지도 모르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