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면역에 관하여》 서평 | 은퇴할 나이에 접어들며 다시 생각한 면역과 건강

나이가 들며 자연스레 마주하는 신체적 변화와 코로나19의 기억을 돌아보며, 면역을 나를 단절시키는 성벽이 아닌 세상 및 사람들과 건강하게 연결되는 통로로 이해하고 작은 운동부터 실천하는 삶의 태도를 얻게 되었다. 

율라 비스의 《면역에 관하여》를 읽고, 은퇴를 앞둔 직장인의 시선으로 개인의 건강관리를 넘어 타인과의 연대와 일상의 작은 실천을 다짐하는 솔직한 독서 서평입니다.


책 《면역에 관하여》 표지
전자책 《면역에 관하여》 표지

요즘 들어 예전과 몸이 조금 달라졌다는 것을 자주 느낀다

수십 년 가까이 직장생활을 하면서 나름대로 건강에는 자신이 있다고 생각했는데, 어느 순간부터 몸에서 예전 같지 않은 신호들이 하나둘 나타나기 시작했다. 특히 근육이 조금씩 빠지는 것이 눈에 보이고, 일을 할 때 예전만큼 활력이 나지 않는다. 조금만 바람이 불어도 비염 증상이 나타나고 눈이 시려서 오래 뜨고 있기가 힘든 날도 있다.

지난번 《잊혀진 전쟁의 기억》을 읽으며 우리가 누리는 오늘의 평온한 일상 뒤에 숨은 희생을 생각하고 감사하는 마음을 가졌다면, 이번에는 《면역에 관하여》를 펼치며 내 몸의 변화를 경청하고 타인과 건강하게 어울려 살아가는 삶의 원동력으로서의 면역을 돌아보게 되었다.

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혹시 내가 느끼는 이런 변화도 면역력이 떨어졌기 때문일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됐다. 정확한 의학적 판단을 내릴 수 있는 문제는 아니지만, 나이가 들면서 예전과 달라진 몸을 느끼다 보니 ‘면역’이라는 말에 전보다 관심이 생겼다. 그러던 중 제목부터 눈에 들어온 책이 율라 비스의 《면역에 관하여》였다.

전자책으로 읽을 기회가 생겨서 책을 펼쳤다. 처음에는 단순히 백신이나 면역에 관한 의학적인 이야기를 다루는 책이라고 생각했다. 막상 읽어보니 내가 예상했던 책과는 조금 달랐다. 면역을 단순히 병을 막아내는 개인의 방어 능력으로만 생각하기보다, 사람과 사회의 관계까지 생각하게 만드는 책이었다. 책을 읽으면서 자연스럽게 오랜 일터의 시간과 코로나19를 지나온 순간들이 떠올랐다.

코로나19를 지나고 나서 사람을 만나는 일이 달라졌다

내가 건강과 면역에 대해 가장 강하게 생각하게 된 계기는 코로나19였다. 그 시절에는 주변 사람을 만나는 것 자체가 쉽지 않았다. 사람이 많은 곳에 가면 혹시 코로나에 걸리지 않을까 걱정했고, 나 때문에 다른 사람에게 피해를 주면 어쩌나 하는 생각도 컸다. 특히 직장생활을 하고 있었기 때문에 혹시라도 회사에 피해를 주면 안 된다는 부담감이 있었다.

그러다 보니 사람들과의 관계도 자연스럽게 줄어들었다. 장례식이 있어도 직접 찾아가지 못하고 온라인으로 부조금을 보내는 일이 자연스러워졌다. 긴 세월 동안 일터에서 수많은 사람을 만나고 함께 일했지만, 코로나19를 지나면서 그동안 당연하게 생각했던 ‘사람을 만나는 일’이 결코 당연한 것이 아니었다는 것을 알게 됐다.

책에서 인상 깊었던 부분 가운데 하나는 면역과 건강을 개인의 문제로만 생각하지 않게 한다는 점이었다. 나는 그동안 잘 먹고, 운동하고, 병에 걸리지 않도록 조심하는 것이 건강관리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코로나19를 겪고 이 책을 읽고 나니 조금 다르게 생각하게 됐다. 내가 건강해야 일을 할 수 있고, 주변 사람들이 건강해야 나 역시 안전하고 평온한 생활을 이어갈 수 있다. 예전에는 건강을 ‘내 몸을 지키는 일’로 생각했다면, 이제는 ‘주변 사람을 배려하고 함께 살아가는 바탕’으로 바라보게 되었다.

그런데 요즘 내 몸을 보면 건강을 자신할 수가 없다

책을 읽으면서 한편으로는 내 현실도 생각하게 됐다. 나는 요즘 근육이 빠지는 것을 실제로 느끼고 있다. 예전보다 일을 할 때 활력이 떨어지고, 다리 근력이 줄어드는 것이 걱정된다. 바쁘다는 이유로 매일 하던 30분 걷기를 미루다 보니 몸이 금세 반응했다.

그래서 최근에는 다리 근력을 지키기 위해 뒤꿈치 들기 운동과 서서 벽 밀기 운동을 매일 조금씩 실천하고 있다. 거창한 계획을 세우고 지키지 못하는 것보다 지금 할 수 있는 작은 습관이라도 꾸준히 이어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느꼈기 때문이다. 60대에 접어들면서는 건강이 당연히 유지되는 것이 아니라 매일 가꾸어 나가야 하는 영역임을 실감한다.

면역은 나를 세상과 단절시키는 벽일까

《면역에 관하여》를 읽으면서 가장 흥미로웠던 것은 면역을 바라보는 시선이었다. 예전에는 면역을 외부의 나쁜 것을 막아내는 일종의 '성벽'처럼 생각했다. 하지만 책을 읽고 나니 면역은 단순히 나를 보호하기 위해 바깥을 차단하는 것이 아니라, 세상과 적절한 관계를 맺으면서 나를 지키는 '통로'일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이 책의 인문학적 관점이 의학적 진단을 대신할 수는 없다. 내가 얻은 것은 특정한 건강 문제에 대한 정답이라기보다, 건강을 바라보는 시선을 확장해 본 경험이다.

이제 정년과 은퇴라는 커다란 전환점을 앞두고 있다. 그동안 바쁘다는 이유로 건강관리를 나중으로 미루기도 했지만, 인생의 새로운 계절을 준비하는 지금은 더 이상 미룰 수 없다. 몸이 건강해야 사람을 만나고, 누군가를 도울 수도 있으며, 내가 하고 싶은 일도 이어갈 수 있기 때문이다.

어쩌면 지금 나에게 필요한 면역은 단순히 병을 막아내는 힘만이 아니라, 다시 세상과 사람들 속으로 건강하게 걸어 들어갈 수 있는 다정한 힘인지도 모르겠다. 오늘 몇 번의 뒤꿈치를 들어 올리고, 벽을 밀며, 다시 나만의 속도로 걷는 것부터 시작해보려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