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면역에 관하여》 서평 | 60대에 접어들며 다시 생각한 면역과 건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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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면역에 관하여 |
요즘 들어 예전과 몸이 조금 달라졌다는 것을 자주 느낀다.
35년 가까이 직장생활을 하면서 나름대로 건강에는 자신이 있다고 생각했는데, 어느 순간부터 몸에서 예전 같지 않은 신호들이 하나둘 나타나기 시작했다. 특히 근육이 조금씩 빠지는 것이 눈에 보이고, 일을 할 때 예전만큼 활력이 나지 않는다.
조금만 바람이 불어도 비염 증상이 나타나고 눈이 시려서 오래 뜨고 있기가 힘든 날도 있다. 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이런 생각을 하게 됐다.
혹시 내가 느끼는 이런 변화도 면역력이 떨어졌기 때문일까?
정확한 의학적 판단을 내릴 수 있는 문제는 아니지만, 나이가 들면서 예전과 달라진 몸을 느끼다 보니 ‘면역’이라는 말에 전보다 관심이 생겼다. 그러던 중 제목부터 눈에 들어온 책이 율라 비스의 《면역에 관하여》였다.
전자책으로 무료로 읽을 수 있는 기회가 생겨서 책을 펼쳤다. 처음에는 단순히 백신이나 면역에 관한 의학적인 이야기를 다루는 책이라고 생각했다. 지금 내 몸에서 느끼는 여러 가지 변화에 답을 얻을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도 조금은 있었다.
그런데 막상 읽어보니 내가 예상했던 책과는 조금 달랐다.
면역을 단순히 병을 막아내는 개인의 방어 능력으로만 생각하기보다, 사람과 사회의 관계까지 생각하게 만드는 책이었다. 책을 읽으면서 자연스럽게 내 35년 직장생활과 코로나19를 지나온 시간이 떠올랐다.
코로나19를 지나고 나서 사람을 만나는 일이 달라졌다
내가 건강과 면역에 대해 가장 강하게 생각하게 된 계기는 코로나19였다.
그 시절에는 주변 사람을 만나는 것 자체가 쉽지 않았다. 지금 생각하면 지하철을 타는 것까지 두려웠다는 것이 조금 낯설게 느껴지지만, 당시에는 정말 그랬다.
사람이 많은 곳에 가면 혹시 코로나에 걸리지 않을까 걱정했고, 나 때문에 다른 사람에게 피해를 주면 어쩌나 하는 생각도 컸다.
특히 직장생활을 하고 있었기 때문에 더 조심스러웠다. 혹시라도 내가 코로나에 걸려 회사에 피해를 주면 안 된다는 생각이 있었다. 그러다 보니 사람들과의 관계도 자연스럽게 줄어들었다.
가족 외에는 별도의 만남을 잘 갖지 않게 됐다.
장례식이 있어도 직접 찾아가지 못하고 온라인 계좌로 부조금을 보내는 일이 자연스러워졌다. 예전 같으면 당연히 직접 찾아갔을 일인데, 코로나 시기를 지나면서 사람을 만나는 방식 자체가 달라져 버렸다.
35년 동안 직장생활을 하면서 수많은 사람을 만나고 함께 일했다. 그런데 코로나19를 지나면서 그동안 당연하게 생각했던 ‘사람을 만나는 일’이 결코 당연한 것이 아니었다는 것을 알게 됐다.
《면역에 관하여》를 읽으면서 이때의 기억이 다시 떠올랐다.
나 혼자 건강하면 정말 충분한 것일까
책에서 인상 깊었던 부분 가운데 하나는 면역과 건강을 개인의 문제로만 생각하지 않게 한다는 점이었다.
나는 그동안 건강이라고 하면 우선 내 몸부터 생각했다. 잘 먹고, 운동하고, 병에 걸리지 않도록 조심하는 것. 건강관리는 기본적으로 나 자신을 위한 일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코로나19를 겪고 이 책을 읽고 나니 조금 다르게 생각하게 됐다.
내가 아프면 나만 불편한 것이 아니라 가족에게도 영향을 주고, 직장에서도 다른 사람에게 영향을 줄 수 있다. 반대로 주변 사람들이 건강하면 나 역시 안전한 환경에서 생활할 수 있다.
생각해보면 35년 직장생활도 혼자서 해온 것은 아니었다.
수많은 사람들과 함께 일했고, 서로 도움을 주고받으면서 하루하루를 보냈다. 내가 건강해야 일을 할 수 있었고, 동료가 건강해야 함께 일을 이어갈 수 있었다.
예전에는 건강을 ‘내 몸을 지키는 일’이라고 생각했다면, 지금은 조금 다르게 생각하게 됐다.
내 건강을 돌보는 것이 주변 사람에게도 영향을 주는 일일 수 있겠구나.
이것이 책을 읽으면서 내가 가장 오래 생각하게 된 부분이다.
그런데 요즘 내 몸을 보면 건강을 자신할 수가 없다
책을 읽으면서 한편으로는 내 현실도 생각하게 됐다.
나는 요즘 근육이 빠지는 것을 실제로 느끼고 있다. 예전보다 일을 할 때 활력이 떨어지고, 몸이 예전 같지 않다는 생각을 자주 한다.
특히 다리 근력이 떨어지는 것이 걱정된다.
예전에는 매일 30분씩 걸었다. 걷는 것이 특별히 힘들지도 않았고, 하루 일과 중 자연스럽게 운동을 할 수 있었다.
그런데 일이 다시 많아지고 바빠지면서 어느 순간부터 걷기를 제대로 하지 못하고 있다.
‘오늘은 바쁘니까 내일부터 걸어야지’ 하다 보니 하루가 지나고, 또 하루가 지나갔다.
그러다 최근에는 다리 근력이 더 빠지면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일단 할 수 있는 것부터 하고 있다.
요즘 매일 하는 것이 뒤꿈치 들기다.
유튜브에서 한 의사 선생님이 나이가 들수록 다리 근육을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면서 뒤꿈치 들기 운동을 이야기하는 것을 본 것이 계기였다.
전문적인 운동을 많이 할 형편도 아니고, 거창한 계획을 세워놓고 지키지 못하는 것보다는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작은 운동이라도 꾸준히 해보자는 생각이다.
팔의 근력도 많이 떨어진 것 같아서 서서 벽 밀기 운동도 하루에 30개라도 해보려고 한다.
사실 예전 같으면 이런 운동을 대단하게 생각하지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은 생각이 달라졌다.
젊었을 때는 건강이 어느 정도 당연하게 따라오는 것처럼 느꼈지만, 60대에 접어들면서는 건강도 매일 조금씩 관리해야 유지할 수 있는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면역은 나를 세상과 단절시키는 벽일까
《면역에 관하여》를 읽으면서 흥미로웠던 것은 면역을 바라보는 방식이었다.
나는 예전에는 면역을 외부의 나쁜 것을 막아내는 일종의 벽처럼 생각했던 것 같다.
몸에 해로운 것이 들어오지 못하도록 막는 것.
그런데 책을 읽고 나니 면역이라는 것을 단순히 ‘나를 보호하기 위해 바깥을 차단하는 것’으로만 생각할 필요는 없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부분에서 코로나19 때의 생활이 다시 떠올랐다.
그때는 사람을 만나지 않는 것이 안전하다고 생각했다. 지하철을 타는 것도 무서웠고, 가까운 사람을 만나는 것조차 조심스러웠다.
물론 당시에는 그렇게 할 수밖에 없는 상황도 있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고 지금 돌아보니 사람과의 관계를 모두 끊는 것이 건강한 삶의 모습은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건강을 지키기 위해 조심하는 것과 사람을 두려워하며 살아가는 것은 조금 다른 문제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는 면역을 ‘성벽’보다는 세상과 적절한 관계를 맺으면서 나를 지키는 통로로 생각해보게 됐다.
이것이 이 책을 읽으면서 내 나름대로 받아들인 부분이다.
책을 읽었다고 내 생각이 모두 바뀐 것은 아니다
그렇다고 이 책의 모든 생각에 동의하는 것은 아니다.
책의 인문학적인 접근은 생각할 거리를 많이 던져주지만, 실제로 몸에 이상이 생겼을 때는 결국 의학적인 판단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나 역시 요즘 근육이 빠지고 비염이나 눈의 불편함이 생겼다고 해서 그것을 무조건 ‘면역력이 떨어졌기 때문’이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그렇게 단순하게 판단해서는 안 될 것이다.
내가 이 책을 읽으면서 얻은 것은 특정한 건강 문제에 대한 답이라기보다, 건강을 바라보는 시선을 조금 넓혀보게 됐다는 것에 가깝다.
내 몸의 상태를 살피는 것도 중요하지만, 내가 어떤 사람들과 관계를 맺으며 살아가고 있는지, 건강 때문에 사람을 지나치게 멀리하고 있지는 않은지도 함께 생각해보게 됐다.
은퇴를 앞두고 건강을 다시 생각한다
35년 가까이 직장생활을 했다.
이제는 정년과 은퇴를 생각할 나이가 됐다.
직장에 다닐 때는 아침에 일어나 출근하고, 일을 하고, 퇴근하는 생활이 당연했다. 바쁘다는 이유로 운동을 미루기도 했고, 건강관리를 나중으로 미루기도 했다.
그런데 이제 인생의 2막을 생각하면서는 건강을 더 이상 나중의 일로 미뤄서는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든다.
아직 은퇴 후에 정확히 무엇을 하면서 살겠다고 정한 것은 아니다.
다만 한 가지는 분명하다.
몸이 건강해야 사람을 만나고, 누군가를 도울 수도 있고, 내가 하고 싶은 일도 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요즘은 거창한 목표보다 작은 것부터 실천하려고 한다.
매일 30분 걷기를 다시 생활 속에 넣고 싶다. 당장 그것이 어렵다면 뒤꿈치 들기라도 꾸준히 하고, 벽 밀기 운동도 하루 30개씩 계속해보려고 한다.
예전에는 이런 작은 운동을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다.
지금은 다르다.
오늘 조금 움직이는 것이 몇 년 뒤의 내 다리와 몸을 지키는 일이 될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든다.
《면역에 관하여》를 읽고
《면역에 관하여》는 내게 면역에 대한 지식을 많이 알려준 책이라기보다, 내가 지금 어떤 시기에 살고 있는지를 다시 생각하게 한 책으로 남았다.
60대에 들어서면서 몸의 변화를 조금씩 느끼고 있다.
근육이 줄고, 예전보다 쉽게 피곤하고, 비염이나 눈의 불편함도 신경 쓰인다.
코로나19를 겪으면서 사람을 만나는 것도 예전처럼 편하지 않게 됐다.
그런 시기에 이 책을 읽으니 건강을 단순히 ‘병에 걸리지 않는 것’으로 생각할 수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건강하다는 것은 내 몸을 잘 돌보는 일이기도 하지만, 다른 사람들과 관계를 맺고 살아갈 수 있는 힘을 갖는 것이기도 하다.
35년 직장생활을 돌아보면 지금의 나는 혼자 만들어진 사람이 아니다.
함께 일했던 동료들이 있었고, 가족이 있었고, 수많은 사람들과 관계를 맺으며 살아왔다.
앞으로 맞이할 인생 2막에서는 내 몸의 건강만 챙기는 사람이 아니라 주변 사람들과도 건강한 관계를 이어가는 사람이 되고 싶다.
아직 내가 얼마나 잘 실천할 수 있을지는 모르겠다.
그래도 지금부터 하나씩 해보려고 한다.
오늘은 뒤꿈치를 몇 번 들어 올리고, 벽을 밀면서 팔에 힘을 주고, 시간이 되면 다시 30분을 걸어보는 것부터 시작하려 한다.
어쩌면 지금 내게 필요한 면역은 병을 막아내는 힘만이 아니라, 다시 세상과 사람들 속으로 건강하게 걸어 들어갈 수 있는 힘인지도 모르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