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년을 앞두고 다시 배운 것, 나를 아끼는 것도 삶의 의무다 — 《자존감의 법칙》을 읽고

수십 년간 일터를 지키며 조직과 타인의 기대에 응답하느라 정작 나 자신에게는 인색했던 시간을 돌아보며, 외부의 평가에서 벗어나 스스로를 격려하고 내면의 평온을 가꾸는 일이 인생의 새로운 계절을 준비하는 가장 소중한 바탕임을 깨닫게 되었다. 

오리슨 스웨트 마든의 《자존감의 법칙》을 읽고, 은퇴를 앞둔 직장인의 시선으로 지나온 시간을 스스로 인정하고 자신을 다정하게 가꾸는 삶을 다짐하는 솔직한 독서 서평입니다.

책 《자존감의 법칙》 표지
책 《자존감의 법칙》 표지

내가 나를 대하는 방식부터 돌아보게 됐다

정년과 은퇴라는 말을 현실적으로 마주하게 되면서 지나온 시간을 한 번씩 돌아보게 된다. 오랜 세월 일터를 지키며 맡은 일을 다하는 것을 당연하게 여기고 살아왔다. 조직의 기대에 부응하고 주어진 책임을 다하는 데 익숙했지만, 정작 나 자신을 다독이고 아끼는 일에는 얼마나 마음을 썼는지 돌아보니 선뜻 자신 있게 답하기 어려웠다.

지난번 『하버드 말하기 수업』을 다시 읽으며 내 경험을 앞세우기보다 타인의 이야기에 한 박자 느리게 귀 기울이는 경청의 태도를 가다듬었다면, 이번에는 《자존감의 법칙》을 펼치며 타인을 향했던 시선을 나 자신에게 돌려 지나온 시간과 노고를 스스로 따뜻하게 가꾸는 법을 성찰해 보게 되었다.

그런 마음으로 오리슨 스웨트 마든의 《자존감의 법칙》을 펼쳤다. 사실 처음에는 고전적인 자기계발서에서 흔히 만나는 성공 이야기나 ‘긍정적인 마음을 가져라’는 식의 내용이 아닐까 생각했다. 이미 긴 직장생활에서 수많은 고비를 지나온 나에게는 다소 익숙한 이야기가 반복될 수도 있겠다는 생각도 있었다.

그런데 읽으면서 한 문장이 오래 남았다. 진정한 성공과 행복은 외부의 인정이나 사회적 지위보다 스스로를 가치 있는 사람으로 여기고 신뢰하는 데서 시작된다는 내용이었다. 책에서 말하는 자존감은 단순히 자신감을 높이라는 이야기가 아니었다. 환경이 달라지고 사회적 위치가 변하더라도 자기 자신에 대한 믿음을 놓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는 뜻으로 받아들였다.

그 대목에서 자연스럽게 직장생활의 여러 장면이 떠올랐다. 남들의 평가에 마음을 졸이고 조직의 성과를 곧 나의 가치처럼 받아들였던 순간들, 일이 서툴렀던 때에는 스스로를 자책하고 타인의 시선을 의식하며 내 마음의 소리를 눌렀던 기억들이다. 맡은 일을 성실하게 해왔다는 사실과 별개로, 나 자신에게는 생각보다 인색하게 살아왔던 셈이다.

그래서 책의 조언 가운데 실제로 해본 것이 있다. 매일 아침 거울을 보며 오랜 시간 성실하게 일터를 지켜온 나 자신에게 따뜻한 말로 격려하는 연습이었다. 거창한 자기암시라기보다 ‘여기까지 잘 살아왔다’고 나 스스로를 인정해주는 시간에 가까웠다. 또 하나는 나만을 위한 시간을 일상의 우선순위에 두는 일이었다. 마음의 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정갈하게 쉬는 시간과 독서하는 시간을 의식적으로 챙겼다. 예전 같으면 다른 일에 밀려 뒤로 보냈을 시간을 나 자신에게 돌려준 것이다.

타인의 평가보다 내 마음의 평온이 중요해졌다

이 작은 변화가 생각보다 오래 이어졌다. 남은 직장생활의 변화나 타인의 평가에 예전처럼 마음이 크게 흔들리지 않았다. 마지막 과업을 대하는 마음에도 조금 여유가 생겼고, 지나온 시간을 돌아보면서 감사하는 마음도 커졌다.

무엇보다 주변의 동료나 후배들을 바라보는 시선이 한결 부드러워졌다는 것을 느꼈다. 내 마음에 여유가 생기니 다른 사람의 부족한 부분을 예전처럼 날카롭게 바라보지 않게 된 것이다. 나를 인정하는 일이 나만을 위한 일이 아니라 주변 사람을 대하는 태도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는 것을 실제 생활에서 경험했다.

물론 책의 모든 주장에 동의한 것은 아니다. 저자가 의지와 자기 신념의 힘을 강조하는 부분은 때때로 현실을 너무 단순하게 바라보는 듯했다. 오랫동안 조직과 사회 속에서 책임과 현실적인 제약을 감당하며 살아온 입장에서는 정신력과 의지만으로 모든 어려움을 넘어설 수 있다는 식의 이야기가 다소 유토피아적으로 느껴지기도 했다.

자존감을 다지는 일은 중요하지만 현실을 정직하게 받아들이고 다른 사람과 조화를 이루는 지혜도 함께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나를 존중한다는 이유로 현실의 책임이나 관계를 외면해서는 안 될 것이다.

지나온 나를 인정하고 앞으로의 나를 소중히 대하는 것

정년 이후의 삶에서는 이 부분을 더 오래 생각해보려 한다. 세상이 정한 성공의 기준에서 조금씩 자유로워지고, 수십 년 동안 살아오며 쌓은 경험과 경륜을 바탕으로 내 삶의 기준을 스스로 세워가고 싶다. 아직 오지 않은 시간을 어떻게 살아갈지는 더 경험해봐야 알겠지만, 적어도 한 가지는 분명해졌다.

오랜 세월 성실하게 내 자리를 지켜온 나 자신에게도 이제는 충분한 존중을 보내야 한다는 것. 나를 아끼는 일은 이기적인 행동이 아니라 앞으로의 삶을 건강하게 지탱하기 위해 필요한 일이라는 생각이다.

어쩌면 지금의 나에게 필요한 성공은 더 높은 자리에 오르는 것이 아니라, 지나온 나를 인정하고 앞으로의 나를 소중히 대하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살아온 시간의 깊이만큼 스스로를 다정하게 품어주며, 서두르지 않고 나만의 속도로 다음 계절을 맞이하려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