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로운 건 싫은데 혼자 있고 싶어》를 읽고, 은퇴 후의 고독을 다시 생각하다
바쁜 직장 생활 속에서 외쳐온 혼자만의 휴식과 막상 찾아온 적막함 사이의 이중적인 감정을 성찰하며, 은퇴 후의 고독을 쓸쓸함이 아닌 스스로와 친해지고 다정한 관계를 준비하는 소중한 충전의 시간으로 바꾸어가는 연습을 시작했다.
에세이 《외로운 건 싫은데 혼자 있고 싶어》를 읽고, 퇴직을 앞둔 시점에서 혼자만의 자유와 타인과의 건강한 연대감 사이에서 '유연한 거리'를 찾아가는 솔직한 독서 서평입니다.
혼자 있고 싶은 마음은 이상한 게 아니었다
오랜 세월 직장 생활을 하다 보니 하루의 대부분이 사람과 함께하는 시간이었다. 회의와 업무, 여러 관계 속에서 바쁘게 지내다가 퇴근할 때면 “제발 혼자 아무 소리도 안 듣고 쉬고 싶다”는 생각을 하곤 했다. 그런데 막상 주말에 아무런 연락도 일정도 없으면 괜스레 세상에서 잊혀진 듯한 쓸쓸함이 찾아왔다.
지난번 『갈매기의 꿈』을 다시 읽으며 조직의 틀을 벗어나 나만의 주체적인 비행을 시작할 용기를 얻었다면, 이번에는 《외로운 건 싫은데 혼자 있고 싶어》를 읽으며 홀로 나는 고독의 시간을 지혜롭게 채우고 사람들과 더욱 건강한 거리를 유지하는 지혜를 고민해보게 되었다.
그래서 《외로운 건 싫은데 혼자 있고 싶어》라는 제목이 눈에 들어왔다. 정년과 은퇴를 앞둔 지금의 나에게는 꽤 현실적인 질문처럼 느껴졌다. 읽기 전에는 요즘 젊은 세대의 감성적인 에세이 정도로 생각했다. 수십 년 동안 사람들과 부대끼며 살아온 내가 굳이 이런 마음의 이중성을 다시 배울 필요가 있을까 싶기도 했다.
책에서 가장 오래 머문 부분은 혼자 있고 싶으면서도 외로움을 느끼는 마음을 이상하거나 이기적인 것으로 보지 않는다는 점이었다. 사람에게는 타인과 연결되고 싶은 마음과 혼자만의 시간을 갖고 싶은 마음이 함께 있다는 이야기다. 나는 이 설명이 꽤 현실적이라고 느꼈다. 직장에서 사람들과 웃고 이야기하는 동안에도 마음 한구석이 헛헛할 때가 있었고, 반대로 혼자 있고 싶다는 마음을 가지면서도 괜히 다른 사람의 눈치를 보거나 죄책감을 느끼기도 했다.
책은 외로움(Loneliness)과 고독(Solitude)을 구분해 바라본다. 내게는 이 차이가 인상적이었다. 혼자 있다는 사실 자체가 외로운 것이 아니라, 그 시간을 내가 어떻게 받아들이느냐에 따라 전혀 다른 시간이 될 수 있다는 뜻으로 읽혔다. 물론 책의 시선이 언제나 내 경험과 정확히 맞아떨어지는 것은 아니었다. 감정과 내면에 집중하는 만큼, 때로는 조금 개인적인 감정의 완충에 치우친다는 느낌도 있었다. 오랜 시간 조직에서 책임과 공동체적 유대를 중요하게 여기며 살아온 내 입장에서는 혼자만의 평온만큼이나 내가 속한 사람들과의 책무와 연대도 중요하기 때문이다.
스마트폰 대신 나에게 집중해 본 시간
그래도 책을 덮고 그냥 좋은 이야기로만 남겨두고 싶지는 않았다. 혼자 있는 시간을 외로움으로 받아들이지 않고, 나를 채우는 시간으로 만들어 보기로 했다. 예전에는 혼자 있게 되면 스마트폰을 만지작거리며 시간을 보내기 일쑤였다. 이제는 혼자 있는 시간에 다도나 글쓰기를 하며 오롯이 나에게 집중하는 루틴을 만들어 보았다. 거창한 변화는 아니지만, 혼자 있는 시간을 일부러 채우지 않아도 된다는 사실이 조금씩 편해졌다.
사람들과의 관계에서도 무조건 다 받아주려고 애쓰기보다 내가 편안함을 느끼는 마음의 거리를 두고 대화해 보았다. 그러자 사람을 만나는 일이 전보다 덜 소모적으로 느껴졌다. 혼자 있는 시간에 충분히 쉬고 나니 사람을 대할 때도 조급함이 줄고 조금 더 여유롭고 다정해졌다. 이 부분에서는 책의 이야기가 내 일상에서 실제로 확인됐다. 혼자 있는 시간은 누군가와 단절된 시간이 아니라, 다시 사람들과 연결되기 위한 나만의 충전 시간이 될 수도 있었다.
은퇴 후에는 ‘유연한 거리’를 살아보고 싶다
책을 읽고 나서 외로움을 무조건 피해야 할 감정으로 생각하지 않게 됐다. 오히려 나 자신과 조금 더 친해지라는 신호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수십 년 동안 일터를 지키며 살아온 내게 은퇴는 단순히 직장을 떠나는 일이 아니다. 그동안 자연스럽게 곁에 있었던 사람과 역할, 일정이 하나씩 달라지는 시간이기도 하다. 그래서 은퇴 후의 혼자 있는 시간을 어떻게 보내느냐가 앞으로의 삶에서 꽤 중요한 문제가 될 것 같다.
아직 은퇴 후의 삶을 모두 경험한 것은 아니기에 책에서 말하는 ‘지혜로운 고독’이 어디까지 내 삶에 잘 맞을지는 더 지켜봐야 한다. 다만 앞으로는 혼자서도 외롭지 않고, 누군가와 함께 있어도 지나치게 지치지 않는 유연한 거리를 만들어 보고 싶다.
지나온 시간 동안 성실하게 살아온 나 자신에게도 좋은 친구가 되어주고 싶다. 혼자 있는 시간을 따뜻한 글과 깊은 성찰로 채우면서, 동시에 내가 속한 사람들과의 정직한 책임과 관계도 놓치지 않는 것. 아마 내가 생각하는 은퇴 후의 ‘다정한 고독’은 그 두 가지 사이 어딘가에 있을 것 같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