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한 미운오리새끼》를 읽고, 35년 직장생활 끝에 나를 다독이는 법

미운오리의 시간, 나다운 삶, 인생 2막
미운오리의 시간, 나다운 삶, 인생 2막

35년을 살아오며 만난 ‘미운오리의 시간’

35년 가까이 직장생활을 하다 보니 어느 순간부터 내가 사회와 조직이 요구하는 틀에 나를 맞추며 살아왔다는 생각이 들었다. 잘해야 한다는 기준, 남들만큼은 해야 한다는 생각, 조직에서 뒤처지지 않아야 한다는 마음이 늘 한쪽에 자리하고 있었다.

그래서 가끔은 남들과 조금 다른 내 성향이나 고집, 빠르게 변하는 세상에 쉽게 젖어들지 못하는 모습을 보며 ‘나는 조직이나 세상의 기준에서 조금 비껴서 있는 미운오리새끼가 아닐까’ 생각하기도 했다.

《행복한 미운오리새끼》를 펼치기 전에는 사실 큰 기대가 없었다. 안데르센의 동화를 다시 해석한 흔한 자기계발서나 감성적인 위로 정도로 생각했다. 35년 동안 사회생활의 산전수전을 겪은 지금의 나에게 새삼 무슨 이야기를 해줄 수 있을까 싶었다.

그런데 책을 읽으면서 의외로 오래 머물게 된 것은 ‘미운오리의 시간’에 대한 이야기였다. 남들과 달라 외롭고 불안했던 시간이 실패의 증거가 아니라, 나만의 모습으로 피어나기 위한 과정일 수 있다는 생각이다.

돌이켜보면 나 역시 부족한 점을 돋보기로 들여다보듯 스스로를 채찍질했던 때가 많았다. 조직의 틀에 딱 맞지 않는 내 모습에 좌절하기도 했다. 지금 생각하면 그때의 나에게 조금 더 다정했어도 괜찮았을 것 같다.

비교를 멈추니 보이기 시작한 것

책에서 말하는 ‘나를 있는 그대로 인정하라’는 이야기는 특별히 새로운 말은 아니다. 하지만 지금의 내 상황에서는 그 의미가 조금 다르게 다가왔다.

나는 은퇴를 앞두고 있다. 젊었을 때라면 남들과 비교하며 부족한 것을 채우는 일이 앞으로 나아가는 방법이라고 생각했을 것이다. 하지만 이제는 오히려 내가 오랫동안 지켜온 것이 무엇인지 돌아보게 된다.

그래서 책을 읽은 뒤 실제로 작은 연습을 해봤다. 남들과 나를 비교하지 않고 내 안의 미운오리를 다독여 보는 것이다. 은퇴를 앞두고 느껴지는 남들과 다른 불안감이나 나만의 특색을 억지로 숨기지 않으려 했다. ‘지금의 내 모습 그대로도 충분히 아름답다’고 스스로에게 따뜻한 말을 건네기도 했다.

그리고 나만의 소소한 취미와 글쓰기 시간에 조금 더 오롯이 집중했다.

무언가 대단한 변화가 일어난 것은 아니다. 다만 타인의 평가나 세상의 기준으로부터 마음이 한결 자유로워졌다. 35년 직장생활 동안 지켜온 나만의 고유함이 부끄러운 것이 아니라는 생각도 조금씩 분명해졌다.

그동안 남들과 다른 것을 단점처럼 여겼다면, 이제는 그것이 내 삶을 설명하는 하나의 특징일 수도 있겠다는 쪽으로 생각이 바뀌었다.

백조가 된다는 것보다, 내 날개로 사는 것

그렇다고 책의 모든 이야기에 고개를 끄덕인 것은 아니다. 책이 나다운 개성과 마음의 자유를 강조하다 보니, 오랫동안 조직과 사회 속에서 책임과 규칙을 중요하게 여기며 살아온 내게는 현실적인 타협이나 공동체적 책임이 다소 가볍게 느껴지는 대목도 있었다.

현실에서는 ‘나다움’만으로 모든 일이 해결되지는 않는다. 내가 속한 조직이나 공동체에서 맡은 책임을 다하는 일도 중요하다. 나만의 개성을 지키는 것과 현실의 의무를 성실하게 수행하는 것 사이에서 균형을 잡는 일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나는 ‘오리에서 백조가 되어야 한다’는 식으로 이 책을 받아들이고 싶지는 않다. 오리들 사이에서 남들과 다르다고 느꼈던 시간도, 그 모습 그대로 살아온 나의 일부이기 때문이다.

앞으로 맞이할 인생 2막에서는 조금 더 세상의 시선에 매이지 않고 살아보고 싶다. 수십 년 동안 쌓아온 경험과 나만의 시선을 바탕으로 내가 진정 원하고 즐거워하는 일을 하나씩 펼쳐볼 생각이다.

남들과 달라도 괜찮다. 오리들 사이에서는 외로운 미운오리였을지 몰라도, 이제는 내가 가진 날개가 어떤 모양인지 조금은 알 것 같다.

35년을 성실하게 살아온 나에게 이제는 따뜻한 응원을 보내고 싶다. 아직 날아본 것은 아니지만, 적어도 어디로 날아가고 싶은지는 이전보다 선명해졌다. 내가 바라는 ‘행복한 미운오리새끼’는 남들과 다른 사람이 되는 것이 아니라, 남들과 달라도 나답게 살아가는 사람에 더 가깝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