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안할 땐 뇌과학》을 읽고, 불안을 없애려던 나의 생각이 달라졌다 (편도체, 불안 다루기, 인생 2막)
불안을 내 탓으로 돌리던 시간 (편도체)
35년 가까이 직장 생활을 하면서 책임감과 성과에 대한 부담은 늘 있었다. 중요한 발표나 큰 프로젝트를 앞두면 가슴이 두근거렸고, 은퇴 후의 삶을 생각할 때면 아직 일어나지도 않은 일들을 머릿속에서 미리 걱정하느라 잠을 설친 적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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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편도체, 불안 다루기, 인생 2막 |
《불안할 땐 뇌과학》을 읽으며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 것은 불안을 바라보는 관점이었다. 저자들은 불안을 개인의 성격이나 의지의 문제가 아니라 위험에 대비하기 위해 작동하는 뇌의 반응으로 설명한다. 편도체가 원시적인 공포와 위험 신호에 반응하고, 대뇌피질은 그 신호를 바탕으로 생각을 이어간다는 설명이다.
내가 흥미롭게 받아들인 부분은 바로 여기였다. 불안을 없애야 할 감정으로만 생각했을 때는 불안과 싸우느라 또 다른 에너지를 쓰고 있었다. 반면 “지금 내 뇌가 나를 보호하려고 신호를 보내고 있구나”라고 바라보면 조금 다른 선택을 할 수 있었다.
숨을 고르니 생각의 속도도 달라졌다 (불안 다루기)
책에서 소개한 방법 가운데 실제로 해본 것은 깊은 복식호흡과 생각 멈추기 기법이었다. 마음이 조급해지거나 걱정이 꼬리를 물기 시작하면 억지로 생각을 밀어내기보다 한발 떨어져 바라보려고 했다.
그리고 4초간 숨을 들이쉬고 6초간 내쉬는 호흡을 반복했다. 단순한 호흡이지만 이전과는 접근 방법이 달랐다. 불안을 느끼는 나를 나무라는 대신, 뇌에서 일어나는 반응으로 바라본 것이다.
몇 번 반복하다 보니 불안에 휩쓸리지 않고 내 상태를 조금 떨어져 바라볼 수 있게 됐다. 가슴이 두근거리는 느낌이나 아직 일어나지도 않은 미래에 대한 걱정도 눈에 띄게 줄었다. 남은 직장 업무를 처리할 때도 마음을 가라앉히는 데 걸리는 시간이 짧아졌다는 것을 느꼈다.
다만 책의 설명을 그대로 받아들이기에는 한 가지 아쉬움도 있었다. 뇌의 구조와 신경학적인 작동 원리로 불안을 설명하다 보니 사람이 살아가면서 품게 되는 삶의 가치나 존재에 대한 고민, 오랜 세월을 살아오며 쌓이는 성찰까지 뇌의 회로 문제로 단순화하는 듯한 느낌이 있었다.
35년을 살아온 것이 아니라 35년을 일하며 살아온 나에게 은퇴는 단순히 불안을 조절해야 하는 문제가 아니다. 앞으로 어떤 삶을 살 것인지 스스로 묻는 시간이기도 하다. 그런 고민까지 호흡 몇 번으로 해결할 수 있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뇌과학을 삶의 지혜에 더해보기 (인생 2막)
그래도 이 책을 읽기 전과 후의 차이는 분명하다. 예전에는 불안이 찾아오면 그 감정을 없애려고 했다. 지금은 먼저 “왜 이런 반응이 나타나는가”를 생각해 본다. 불안을 적으로 바라보지 않게 된 것만으로도 마음을 다루는 방식이 달라졌다.
아직 은퇴 후의 모든 불안이 해결된 것은 아니다. 앞으로 어떤 일이 생길지는 나도 알 수 없다. 다만 모르는 미래를 미리 걱정하면서 현재의 평온까지 내어줄 필요는 없다는 생각은 조금 분명해졌다.
앞으로는 불안이나 조급함이 찾아올 때 책에서 배운 호흡법을 계속 활용해 보려고 한다. 여기에 정갈한 운동과 매일의 글쓰기도 더해볼 생각이다. 실제로 아직 꾸준히 실천해본 것은 아니기에 그 효과를 미리 말할 수는 없다. 다만 은퇴를 앞둔 지금, 몸과 마음을 돌보는 작은 습관을 만들어가는 일은 해볼 만하다고 생각한다.
나이를 먹는다고 불안이 저절로 사라지는 것은 아닐 것이다. 오히려 살아온 시간이 길어질수록 책임과 경험에서 비롯된 걱정도 생긴다. 그래서 앞으로는 불안할 때마다 마음부터 탓하기보다 내 뇌가 보내는 신호를 먼저 살펴보려 한다.
35년 동안 성실하게 살아온 삶의 경륜에 뇌과학이 알려준 하나의 도구를 더하는 것. 내가 생각하는 인생 2막의 평온은 아마 그런 모습에 더 가까울 것 같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