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퇴했더니 할 일이 더 많아졌다》를 읽고|은퇴 후의 불안과 나만의 일상을 생각하다
은퇴 관련 책을 검색하다 보면 재테크로 일찍 은퇴했다는 이야기부터 주식과 투자로 경제적 자유를 얻는 방법까지 다양한 책이 나옵니다. 그런 책들을 보면 솔직히 눈길이 갑니다. 남들보다 일찍 경제적 자유를 얻고 원하는 삶을 살아간다는 이야기는 누구에게나 매력적으로 들릴 테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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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자책 '은퇴했더니 할 일이 더 많아졌다' 표지 |
저에게는 은퇴 후에 돈을 얼마나 모아야 하는지에 대한 고민만큼이나 중요한 질문이 하나 있었습니다.
은퇴하고 나면, 나는 하루를 무엇으로 채우며 살아가게 될까?
이 질문에 대한 답을 조금이라도 찾고 싶어 하지숙 저자의 책을 읽게 되었습니다. 최근에 읽었던 노인과 바다, 갈매기의 꿈을 읽었는데 학창 시절에 읽은 것과는 참 많이 다른 느낌을 받았었습니다. 그래서 요즘에는 예전에 내가 읽었던 책들도 한번더 읽고 있습니다.
은퇴 후에는 할 일이 없어 더 힘들 수도 있다는 이야기
주변에서 은퇴한 분들의 이야기를 듣다 보면 처음에는 쉬는 시간이 좋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오히려 하루하루가 힘들어졌다는 말을 종종 듣습니다.
처음 1년 정도는 그동안 하지 못했던 휴식을 즐길 수 있지만, 막상 매일 해야 할 일이 사라지고 생활의 일정이 없어지면 몸도 마음도 예전 같지 않다는 것입니다.
그런 이야기를 들을 때마다 마음 한구석이 무거워졌습니다. 은퇴를 앞두고 있거나 언젠가 은퇴를 맞이할 사람이라면 누구나 한 번쯤 생각해 볼 문제이기 때문입니다.
주변 선배들이 저에게 해준 조언도 비슷했습니다.
“최대한 늦게 은퇴하라.”
그 말을 들을 때마다 은퇴 후의 삶을 어떻게 준비해야 할지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직장이라는 공간에서는 출근 시간이 있고, 해야 할 업무가 있고, 만나야 할 사람들이 있습니다. 내가 원하든 원하지 않든 하루의 일정이 자연스럽게 만들어집니다.
그런데 그 울타리가 사라지면 어떨까요?
그동안 해야 할 일이 많아서 바빴던 것인지, 아니면 정해진 일정이 있었기 때문에 하루를 채울 수 있었던 것인지 돌아보게 됩니다.
그래서 《은퇴했더니 할 일이 더 많아졌다》라는 제목이 유난히 마음에 들어왔습니다. 은퇴한 뒤에도 할 일이 많다는 것은 단순히 바쁘게 산다는 뜻이 아니라, 스스로 하고 싶은 일을 찾아가며 살아간다는 의미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은퇴는 끝이 아니라 내 일상을 다시 만드는 시작
책을 읽으며 가장 마음에 와닿았던 것은 은퇴가 삶의 끝이 아니라 자신의 일상을 새롭게 만들어 가는 시작이라는 생각이었습니다.
거창하게 성공해야 하는 것도 아니고, 다른 사람에게 대단한 사람으로 보일 필요도 없습니다.
내가 좋아하는 일을 찾아보고, 새로운 것을 배우고, 작은 관심사를 하나씩 키워가는 것만으로도 하루는 충분히 의미 있어질 수 있습니다.
저는 이 부분이 좋았습니다.
은퇴 후에도 무언가를 해야 한다는 생각은 자칫 또 다른 부담이 될 수 있습니다. 퇴직 전에는 직장에서 성과를 내야 했고, 맡은 일을 잘 해내야 했습니다. 그런데 은퇴한 뒤에도 끊임없이 무언가를 이루어야 한다면 과연 제대로 쉬는 삶이라고 할 수 있을까요?
제가 이 책에서 받아들인 의미는 모든 시간을 바쁘게 채우라는 것이 아니었습니다.
오히려 이제는 다른 사람이나 사회가 정해준 기준에서 조금 벗어나, 내가 좋아하는 일을 스스로 선택할 수 있다는 가능성이었습니다.
매일 대단한 일을 하지 않아도 괜찮습니다. 오늘 읽은 책 한 권이 좋았다면 그것으로 충분하고, 산책하다가 계절의 변화를 느꼈다면 그것도 의미 있는 하루일 수 있습니다.
그렇게 생각하니 은퇴 후의 일상이 조금 다르게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주말이나 휴가에도 마음이 불안했던 이유
주말이나 휴가처럼 갑자기 할 일이 없어지는 날이면 편하게 쉴 수 있어야 하는데도 왠지 모르게 마음이 불안했던 적이 있습니다.
쉬는 날인데도 무언가를 해야 할 것 같고, 시간을 그냥 보내면 안 될 것 같은 기분이 들었습니다.
돌이켜보면 오랫동안 정해진 일정과 업무에 맞춰 살아온 습관 때문이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주변 선배들이 퇴직한 뒤 마땅한 일정 없이 하루를 보내는 모습을 보면서 씁쓸했던 기억도 있습니다. 회사라는 울타리가 사라지면 내 하루를 무엇으로 채워야 할지, 내가 정말 좋아하는 것은 무엇인지조차 선뜻 대답하기 어려울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직장 생활을 하면서는 해야 할 일이 분명했습니다. 업무를 처리하고, 사람들을 만나고, 관계를 유지하고, 맡은 역할을 해내야 했습니다.
특히 영업 업무에서는 다른 사람을 배려하고 상대방에게 좋은 인상을 주는 일이 중요했습니다. 일을 잘하기 위해 타인의 입장을 먼저 생각하고, 상대방이 무엇을 원하는지 살피며 살아온 시간이 길었습니다.
그렇게 생활하다 보니 정작 나 자신이 무엇을 원하는지는 뒤로 미뤄두었던 것 같습니다.
그래서 은퇴 후의 삶을 생각하면 단순히 일을 그만둔다는 의미보다 더 큰 질문이 생깁니다.
이제는 다른 사람을 위해 써왔던 시간 중 일부를 나 자신을 위해 사용해도 되지 않을까?
이 질문이 이번 책을 읽으며 제 마음에 남았습니다.
나만의 소소한 할 일 목록을 만들어 보다
책을 읽고 나서 은퇴 후에 해보고 싶은 일들을 직접 적어보기 시작했습니다.
대단한 계획은 아닙니다.
매일 아침 따뜻한 차 한 잔을 마시며 책 읽기
마음에 드는 문장을 노트에 적어보기
계절이 바뀌는 것을 느끼며 천천히 동네 산책하기
관심 있는 분야를 부담 없이 공부하기
새로운 것을 배우며 나만의 작은 즐거움 찾기
누군가에게는 특별할 것 없는 일상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저에게는 이런 작은 일들이 오히려 중요하게 느껴졌습니다.
그동안은 해야 할 일이 먼저였고, 내가 하고 싶은 일은 그다음이었습니다. 시간이 남으면 책을 읽고, 여유가 생기면 새로운 것을 배우는 식이었습니다.
그런데 은퇴 후에는 순서를 조금 바꿔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내가 좋아하는 일을 먼저 일정에 넣고, 그 일을 중심으로 하루를 만들어 보는 것입니다.
물론 계획대로 되지 않는 날도 있을 것입니다. 마음먹은 것처럼 여유롭고 즐겁게만 살 수 있으리라고 장담할 수도 없습니다.
그래도 무엇을 하고 싶은지 미리 생각해 보는 것과 아무런 준비 없이 시간을 맞이하는 것은 다를 것 같습니다.
은퇴 후의 불안감이 완전히 사라진 것은 아니다
책을 읽고 나서 은퇴에 대한 걱정이 모두 사라졌다고 말한다면 솔직하지 않을 것입니다.
여전히 현실적인 고민은 남아 있습니다. 앞으로의 생활이 생각처럼 흘러갈지, 내가 세운 계획을 꾸준히 실천할 수 있을지 확신할 수는 없습니다.
하지만 이전과 달라진 점은 있습니다.
은퇴 후의 삶을 막연하게 걱정하기만 하는 대신, 그 시간을 어떻게 보내고 싶은지 조금씩 생각하게 되었다는 것입니다.
특히 마음이 편안해진 이유는 앞으로의 시간을 오롯이 나를 위해 사용할 수도 있겠다는 가능성을 발견했기 때문입니다.
직장 생활을 할 때는 타인을 배려하고 좋은 관계를 유지하는 것이 업무와 연결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사람들을 만나고 상대방의 마음을 살피는 일도 중요했습니다.
그런 생활이 잘못되었다는 뜻은 아닙니다. 그 시간들이 있었기에 지금까지 성실하게 일할 수 있었을 것입니다.
다만 앞으로는 다른 사람을 신경 쓰는 만큼 내 마음에도 관심을 기울이고 싶습니다.
내가 좋아하는 것은 무엇인지, 어떤 시간을 보낼 때 편안한지, 무엇을 배우고 싶어 하는지 천천히 알아가고 싶습니다.
은퇴를 준비한다는 것은 경제적인 준비만을 의미하지 않을 수도 있겠습니다. 앞으로의 시간을 어떻게 보내고 싶은지 알아가는 것도 그에 못지않게 중요한 준비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부지런하게 사는 것만이 좋은 은퇴 생활일까?
이 책을 읽으면서 한편으로는 조금 부담스럽게 느껴지는 부분도 있었습니다.
저자가 부지런하고 활기차게 여러 가지 일을 하며 살아가는 모습은 분명 보기 좋았습니다. 은퇴 후에도 새로운 관심사를 찾고 자신의 생활을 풍성하게 만들어 간다는 점에서 배울 것이 많았습니다.
하지만 읽다 보니 이런 생각도 들었습니다.
‘은퇴한 뒤에도 이렇게까지 할 일을 많이 만들어야 할까?’
평생 바쁘게 일해온 사람이라면 이제는 아무것도 하지 않고 편하게 쉬고 싶은 마음도 있을 것입니다. 새로운 일을 찾아 배우고 사람들을 만나며 활기차게 살아가는 것도 좋지만, 가만히 쉬는 시간 역시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혼자 조용히 있는 시간이 꼭 필요한 사람입니다.
여러 사람과 만나 즐거운 시간을 보내는 것도 좋지만, 혼자 앉아 하루를 돌아보고 생각을 정리하는 시간이 있어야 마음이 편안해집니다. 그래야 다음 날을 어떻게 보낼지도 차분하게 계획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은퇴 후의 삶을 생각할 때도 무조건 바쁘게 살아야 한다는 기준을 세우고 싶지는 않습니다.
누군가는 여행을 다니고 다양한 모임에 참여하면서 행복을 느낄 수 있습니다. 또 누군가는 집에서 책을 읽거나 조용히 산책하는 시간에서 만족감을 얻을 수 있습니다.
어느 쪽이 더 나은 삶이라고 단정할 수는 없을 것입니다.
중요한 것은 다른 사람이 즐겁게 사는 방식을 그대로 따라 하는 것이 아니라, 나에게 맞는 생활을 찾아가는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은퇴 후에는 할 일이 많아도 좋지만,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마음이 불편하지 않은 삶이면 더 좋겠습니다.
저에게는 이 균형이 중요합니다. 새로운 것을 배우며 성장하는 기쁨도 누리고 싶지만, 아무런 성과를 내지 않아도 되는 편안한 시간도 지키고 싶습니다.
요즘은 챗GPT와 제미나이로 새로운 것을 배우고 있다
은퇴 이후에도 새로운 것을 배우며 살아가고 싶다는 생각은 요즘 제가 실제로 하고 있는 일과도 연결됩니다.
최근에는 퇴직 이후의 삶을 준비하는 마음으로 AI를 알아가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하루에 한 번은 챗GPT와 제미나이를 이용해 다양한 작업을 해보고 있습니다.
그림을 만들어 보기도 하고, 필요한 자료를 조사하고 정리해 보기도 합니다. 심리와 관련된 주제를 살펴보면서 제 생각을 정리하는 데 활용하기도 합니다.
처음부터 거창한 목표를 세운 것은 아닙니다. 일단 직접 사용해 보면서 무엇을 할 수 있는지 알아가는 중입니다.
이렇게 하다 보니 궁금한 것이 생겼을 때 도움을 받을 수 있는 개인적인 보조 도구가 생긴 것 같아 반갑습니다.
물론 AI가 모든 것을 대신해 줄 수는 없습니다. 자료가 정확한지 확인해야 하고, 결과를 그대로 받아들이기보다 제 생각으로 판단하는 과정도 필요합니다.
그래도 새로운 도구를 하나씩 익혀가는 일 자체가 작은 즐거움이 되고 있습니다.
예전 같으면 어렵게 느껴졌을 일도 직접 시도해 보면 생각보다 해볼 만하다는 것을 알게 됩니다. 배우는 과정에서 새로운 관심사가 생기기도 합니다.
은퇴 후에도 무언가를 배우는 것이 반드시 자격증을 따거나 돈을 벌기 위해서는 아닙니다. 배우는 과정이 즐겁고, 그 경험을 통해 세상을 조금 더 넓게 바라볼 수 있다면 그것만으로도 의미가 있을 것입니다.
앞으로 AI를 얼마나 능숙하게 활용하게 될지는 모르겠습니다. 지금은 하나씩 시도해 보는 단계입니다.
하지만 나이에 상관없이 새로운 것을 가벼운 마음으로 배워보려는 태도만큼은 계속 지키고 싶습니다.
은퇴 후에는 내가 만든 일정으로 하루를 채우고 싶다
은퇴 후의 생활을 생각하면 막연한 불안감이 먼저 떠올랐습니다.
할 일이 없어지면 어떻게 해야 할지, 하루가 너무 길게 느껴지지는 않을지, 지금까지의 생활과 달라진 시간을 잘 보낼 수 있을지 걱정했습니다.
지금도 그런 고민이 완전히 사라진 것은 아닙니다.
다만 이제는 은퇴 후의 삶을 생각할 때 불안만 떠올리지는 않습니다.
아침에 차를 마시며 책을 읽고, 마음에 드는 문장을 기록하고, 천천히 산책하는 생활을 상상해 봅니다. 관심 있는 분야를 공부하고, 새로운 도구를 익히고, 때로는 아무것도 하지 않은 채 조용히 쉬는 모습도 떠올립니다.
물론 현실은 제가 생각하는 것과 다를 수 있습니다. 생활 여건이나 건강, 주변 상황에 따라 계획을 바꿔야 할 수도 있습니다.
그래도 남이 정해준 숙제처럼 하루를 살아가기보다, 내가 스스로 만든 기분 좋은 일정들로 하루를 채워가고 싶습니다.
그리고 내가 좋아하는 일을 하면서 얻은 작은 기쁨을 주변 사람들과도 나누고 싶습니다. 꼭 대단한 일을 하지 않더라도 따뜻한 말 한마디를 건네고, 누군가의 이야기를 들어주고, 편안한 마음으로 사람들을 대할 수 있다면 좋겠습니다.
책을 읽고 나서
은퇴는 지금까지 살아온 삶의 마침표가 아니라, 앞으로의 시간을 새롭게 만들어 갈 기회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렇다고 은퇴 후에 반드시 더 많은 일을 해야 하는 것은 아닐 것입니다. 누군가는 활발하게 활동하면서 행복을 느끼고, 누군가는 조용한 일상에서 만족을 찾을 것입니다.
저는 새로운 것을 배우는 즐거움과 혼자만의 고요한 시간을 함께 누리고 싶습니다. 무언가를 이루기 위해서만 사는 것이 아니라, 그날그날의 작은 기쁨을 알아차리며 살아가고 싶습니다.
지금까지 성실하게 일터를 지켜온 나 자신에게도 한 번쯤 이렇게 말해주고 싶습니다.
'그동안 참 수고 많았어.'
앞으로도 해야 할 일은 있겠지만, 이제는 나 자신을 위한 일도 조금씩 늘려가고 싶습니다. 마음에 드는 책을 읽고, 새로운 것을 배우고, 때로는 아무런 계획 없이 편안하게 쉬면서 말입니다.
아직 은퇴 후의 삶이 어떻게 펼쳐질지는 알 수 없습니다. 하지만 앞으로의 시간을 내가 좋아하는 것들로 채워갈 수 있다는 생각만으로도 마음이 조금 가벼워집니다.
은퇴 후에 할 일이 많아진다는 것은 어쩌면 바빠진다는 뜻이 아니라, 내가 원하는 방식으로 살아갈 수 있는 선택지가 많아진다는 뜻인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렇게 소소한 기쁨을 하나씩 찾아가며, 주변 사람들에게 따뜻한 온기를 전할 수 있는 편안하고 멋진 어른으로 살아가고 싶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