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른이 처음이라서 그래》를 읽고, 60대의 나에게 건넨 말
평생을 직장의 선배이자 책임자로 의연하게 버텨왔지만 정년과 은퇴를 앞두고 예고 없이 찾아온 불안감 앞에 스스로를 채찍질하다가, 60대의 삶도 처음이라는 사실을 인정하고 스스로에게 자비를 건네는 법을 배웠다.
《어른이 처음이라서 그래》를 읽고, 퇴직을 앞 직장인이 60대와 은퇴라는 새로운 길 앞에서 스스로에게 완벽함을 내려놓고 '자기 자비'를 건네는 솔직한 독서 서평입니다.
어른이면 흔들리지 않아야 한다는 생각
오랜 시간 직장 생활을 하다 보니 어느 순간부터 주변에서는 나를 ‘어른’으로 대했다. 직장에서는 선배이자 책임자로서 의연해야 했고, 가정에서도 든든한 버팀목이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힘든 일이 있어도 쉽게 내색하지 않고 버티는 것이 어른의 몫이라고 여겼다.
지난번 《꽃이 사람이다》를 통해 타인과 지나온 일터를 향한 다정한 시선을 되찾았던 것처럼, 이번에는 하주원 원장의 《어른이 처음이라서 그래》를 읽으며 타인뿐만 아니라 60대에 들어선 나 자신에게도 완벽함을 강요하지 않고 따뜻한 위로를 건네는 마음의 여유를 얻게 되었다.
그런데 60대에 접어들고 정년과 은퇴를 앞두니 마음 한쪽에서 예상하지 못했던 불안과 두려움이 올라왔다. 앞으로의 삶이 낯설게 느껴질 때도 있었다. ‘이 나이 먹도록 왜 아직도 이럴까’ 하며 스스로를 채찍질하기도 했다.
그래서 하주원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의 《어른이 처음이라서 그래》를 펼쳤다. 제목만 봤을 때는 젊은 사람들이 서툰 사회생활을 하며 겪는 고민을 다독이는 가벼운 책이라고 생각했다. 나에게는 이미 알고 있는 이야기가 아닐까 싶기도 했다. 그런데 읽으면서 오히려 지금의 내 나이를 다시 바라보게 됐다.
완벽함 대신 나에게 건네는 자비
책에서 가장 마음에 남은 것은 나이가 든다고 해서 고민과 마음의 흔들림이 저절로 사라지는 것은 아니라는 이야기였다. 어른이라고 완벽할 필요도 없고, 흔들리는 자신을 있는 그대로 인정하는 것이 성숙함일 수 있다는 것이다.
나는 이 말을 ‘자기 자비(Self-Compassion)’라는 개념과 함께 받아들였다. 마음이 과부하될 때 또다시 자신을 몰아붙이기보다, 지금 내가 감당할 수 있는 한계를 인정하고 스스로에게 조금 다정해지는 태도다.
돌이켜보면 나는 오랫동안 반대로 살아왔다. 힘들어도 참았고, 마음이 아파도 책임을 먼저 생각했다. 그러다 문득 불안하거나 서툰 내 모습이 보이면 스스로에게 “이 나이 먹도록 왜 아직도 이럴까”라고 말했다. 수십 년의 경력이 있는데도 마음이 흔들리는 것이 어쩐지 자격 없는 일처럼 느껴졌던 것이다.
책을 읽고 나서는 이 생각을 조금 바꾸어 보기로 했다. 60대의 삶도 처음이고, 정년과 은퇴 이후의 삶 역시 처음 가는 길이다. 그렇다면 서툴고 불안한 것이 반드시 이상한 일은 아닐 것이다.
나를 다그치는 대신 잠시 쉬어보기
읽고 난 뒤 실제로 ‘스스로에게 완벽함을 강요하지 않는 연습’을 해봤다. 은퇴를 앞두고 느끼는 쓸쓸함이나 미련, 앞으로 무엇을 해야 할지 모르는 서툼이 생길 때마다 “60대의 삶도, 은퇴 후의 삶도 처음 가보는 길이니 당연히 서툴고 불안할 수 있다”고 나 자신에게 말해주었다.
지친 날에는 해야 한다고 생각했던 일 가운데 일부를 내려놓고, 내 마음이 편안해지는 휴식도 허락했다. 예전 같으면 쉬는 것에도 이유가 필요했을 텐데, 이번에는 꼭 생산적이지 않아도 괜찮다고 생각해 보았다.
그 결과 늘 나를 짓누르던 어른으로서의 중압감과 자책이 눈에 띄게 줄었다. 마음의 짐을 조금 내려놓으니 남은 직장 생활을 바라보는 데도 여유가 생겼다. 주변 후배나 다른 사람들의 서툰 모습을 볼 때도 예전보다 부드럽게 바라볼 수 있는 마음의 공간이 넓어진 것을 느꼈다. 나에게 허락한 여유가 다른 사람에게도 조금씩 번져간 셈이다.
다만 책의 모든 조언을 현실의 모든 문제에 그대로 적용할 수 있다고 보지는 않는다. 감정의 상처를 다독이는 데에는 따뜻한 시선이 필요하지만, 일터의 선배이자 조직원으로서 조직에서 마주하는 책임과 성과, 의사결정의 순간에는 현실적인 판단과 단단한 결단도 필요하다. 나를 위로하는 것과 문제를 해결하는 것은 같은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이제는 서툰 걸음을 허락하려 한다
책을 읽은 뒤 ‘어른이 된다’는 말의 의미도 조금 달라졌다. 모든 상황에서 흔들리지 않는 만능 인간이 되는 것이 어른은 아닐 것이다. 오히려 흔들리는 자신을 인정하고, 부족한 부분을 받아들이면서도 다시 한 걸음 내딛는 것이 어른에 가까운 모습일지도 모른다.
35년 동안 성실하게 살아온 내 삶의 노고를 이제는 내가 먼저 인정해주고 싶다. 지금까지 충분히 애썼으니 앞으로도 반드시 완벽해야 한다고 다그칠 이유는 없다.
앞으로 맞이할 퇴직 이후에서는 ‘나도 이번 생과 이 나이는 처음이다’라는 마음을 잊지 않으려 한다. 아직 실제로 살아보지 않은 은퇴 이후의 삶을 미리 능숙하게 살아낼 수는 없으니 말이다. 완벽한 어른이 되려고 애쓰기보다 내 서툼을 다정하게 받아들이고, 다른 사람의 서툼에도 조금 더 너그러울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다.
60대의 삶도 누구에게나 처음이다. 긴 세월 동안 달려온 나에게 이제는 따뜻한 안부를 건네고 싶다. 앞으로 펼쳐질 인생 2막에서는 조금 서툴더라도 괜찮다고, 천천히 걸어도 된다고 스스로에게 말하면서 새로운 길의 첫발을 내디뎌보려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