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이 사람이다》를 읽고, 내 삶도 한 송이 꽃이었다는 생각

수십 년 동안 성과와 경쟁이 치열했던 직장에서 앞만 보고 달리느라 잊고 살았던 사람에 대한 다정한 시선을 나태주 시인의 글을 통해 되찾고, 지나온 내 일터의 시간 역시 묵묵히 피어난 소중한 꽃이었음을 깨달았다. 《꽃이 사람이다》를 읽고, 퇴직을 앞둔 직장인이 나태주 시인의 다정한 시선을 통해 지나온 직장 생활을 회고하고 나만의 꽃밭을 가꾸어갈 인생 2막을 다짐하는 독서 서평입니다.

전자책 《꽃이 사람이다》 표지
전자책 《꽃이 사람이다》 표지

직장 생활에서 무심히 지나쳤던 것들

오랜 시간 직장 생활을 하면서 늘 앞만 보고 달려왔다. 해야 할 일은 많았고, 사람 사이에서 생기는 크고 작은 문제들도 끊이지 않았다. 그러다 정년과 은퇴를 앞둔 시점에 서니 조금씩 주변이 보이기 시작했다. 출퇴근길에 피어 있는 작은 풀꽃이나 무심히 지나쳤던 나무, 그리고 오랫동안 함께 일했던 사람들의 모습이 예전과 다르게 눈에 들어왔다.

지난번 《나의 챗GPT사용기》를 통해 60대의 나이에 새로운 인공지능 도구를 배우며 생각을 넓혔던 것처럼, 이번에는 나태주 시인의 《꽃이 사람이다》를 통해 따뜻한 시선과 언어로 지나온 직장 생활 동안 단단해졌던 내 마음의 결을 한층 부드럽게 가다듬게 되었다.

그런 때 나태주 시인의 《꽃이 사람이다》를 만났다. 읽기 전에는 시인이 쓴 산문집이나 시화집이니 조금 감성적이고, 바쁜 현실에서 잠시 쉬어가는 정도의 책이 아닐까 생각했다. 오랜 시간 직장에서 산전수전을 겪은 내게는 다소 말랑말랑한 이야기가 아닐까 하는 선입견도 있었다. 그런데 막상 읽고 보니 내가 지나온 시간을 돌아보게 만드는 책이었다.

자세히 보아야 보이는 것들

가장 오래 마음에 남은 것은 역시 “자세히 보아야 예쁘다, 오래 보아야 사랑스럽다, 너도 그렇다”라는 시인의 시선이었다. 작은 풀꽃 하나도 자세히 보고 오래 바라보면 그 나름의 아름다움이 있다는 이야기다. 

나는 이 말을 꽃에만 해당하는 이야기로 읽지 않았다. 사람도 마찬가지라는 생각이 들었다. 직장에서는 사람을 능력과 성과, 업무 태도 같은 기준으로 판단하기 쉽다. 나 역시 그랬다. 당시에는 내 기대에 차지 않거나 다소 거칠게 느껴졌던 후배와 동료들도 있었다. 그런데 시간이 지나 그들의 사정과 마음을 천천히 돌아보니, 그들 역시 자기 자리에서 피어나기 위해 애쓰고 있던 한 그루의 나무였다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시인의 맑고 다정한 시선을 모든 현실에 그대로 적용할 수 있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치열한 경쟁과 책임이 따르는 조직에서는 따뜻한 마음만으로 해결되지 않는 갈등도 있다. 때로는 선을 분명히 긋고 냉정하게 판단해야 한다. 그래서 나는 이 책의 시선을 현실의 판단을 대신하는 방법이라기보다, 사람을 판단하기 전에 한 번 더 바라보게 하는 마음의 자세로 받아들였다.

지나온 시간을 돌아보니, 나도 꽃이었다

책을 읽으며 자연스럽게 내 직장 생활을 돌아보게 됐다. 

그동안 나는 다른 사람의 부족한 점은 비교적 빨리 발견하면서도, 그 사람이 얼마나 애쓰고 있는지는 충분히 보지 못했던 것 같다. 나 역시 누군가에게는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사람으로 보였을 것이다. 긴 시간을 지나온 지금 생각해 보면, 나 또한 눈에 띄는 화려한 꽃은 아니었지만 내가 맡은 자리에서 묵묵히 계절을 견뎌온 한 사람의 성실한 나무였다는 생각이 든다. 

책을 읽은 뒤 실제로 작은 연습을 시작했다. 일상과 일터에서 조금 서두르는 마음을 내려놓고 주변을 ‘자세히, 그리고 오래’ 바라보려고 했다. 출퇴근길에 만나는 들꽃과 나무를 유심히 살피며 계절이 바뀌는 모습을 느끼는 짧은 산책도 즐기기 시작했다. 사람을 만날 때도 성과나 능력만 보기보다 그 사람이 애쓰고 있는 부분을 먼저 인정해 주는 다정한 말을 건네보았다. 

그렇게 시선을 조금 바꾸었을 뿐인데 내 마음의 결이 한층 부드러워졌다. 직장 생활에서 쌓인 피로가 단번에 사라진 것은 아니지만, 주변의 작고 소소한 것들에서 생각하지 못했던 위안을 받게 됐다. 무엇보다 사람을 바라보는 데 약간의 여유가 생겼다.

꽃밭을 정리하며 맞이할 인생 2막

이 책을 읽고 나서 성공에 대한 생각도 조금 달라졌다. 남은 삶 동안 남들보다 높이 올라가거나 화려하게 빛나는 것만이 잘 사는 삶은 아닐 것이다. 내가 서 있는 자리에서 내 몫의 계절을 견디며 나만의 꽃을 피우고, 다른 사람의 꽃이 피어나는 것도 다정하게 바라봐 주는 삶이면 충분하지 않을까. 

그렇게 생각하니 지나온 삶의 궤적도 조금 다르게 보인다. 치열했고 때로는 팽팽하게 긴장된 시간이었지만, 그 시간 자체가 내 삶의 꽃을 피우는 과정이었을 것이다. 이제 와서 그 시간을 굳이 화려하게 포장할 필요도 없을 것 같다. 성실하게 걸어왔다는 사실만으로도 내 삶에는 나름의 꽃이 피어 있었다고 받아들이고 싶다. 

아직 은퇴 후의 삶을 모두 살아본 것은 아니기에 책에서 말하는 다정함이 앞으로의 현실에서도 얼마나 잘 이어질지는 알지 못한다. 다만 인생 2막에서는 나태주 시인처럼 주변의 작고 소소한 것들을 따뜻하게 품어주는 어른으로 살아보고 싶다. 매일 시와 글을 읽고 쓰면서 내 마음의 정원을 가꾸고, 오랜 세월 쌓아온 삶의 온기로 후배와 이웃에게 잠시 쉬어갈 수 있는 그늘을 내어주는 삶도 생각해 본다. 

꽃이 사람이듯 사람도 저마다 아름다운 꽃이라는 말. 이제는 그 말이 남의 이야기가 아니라 내 이야기처럼 느껴진다. 성실하게 일터를 지켜온 내 삶의 꽃밭을 앞으로는 조금 천천히, 정성스럽게 돌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