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피곤하게 만드는 것들과 거리를 두는 대화법》을 읽고, 대화의 거리가 마음의 평화를 만든다는 것

좋은 관계를 유지해야 한다는 생각에 상대의 불평과 감정을 무조건 받아주다 퇴근길에 허탈해지곤 했던 날들을 뒤로하고, 나를 소모시키는 소음으로부터 내 마음의 평화를 지켜내는 대화의 여백과 거리를 두는 지혜를 배우게 되었다.

《나를 피곤하게 만드는 것들과 거리를 두는 대화법》을 읽고, 퇴직을 앞둔 직장인이 피곤한 소음에 감정을 소모하는 대신 대화의 여백을 통해 마음의 평화를 지키게 된 솔직한 독서 서평입니다.

전자책 《나를 피곤하게 만드는 것들과 거리를 두는 대화법》표지
전자책 《나를 피곤하게 만드는 것들과 거리를 두는 대화법》표지

사람의 말을 다 받아줄 필요는 없었다

오래 시간 직장 생활을 하다 보니 업무보다 사람 때문에 지치는 순간이 있다는 것을 부인하기 어렵다. 선배이자 책임자의 위치에서 후배나 동료의 불평을 들어주기도 하고, 피곤한 언행을 참아내기도 했다. 좋은 관계를 유지해야 한다는 생각 때문에 상대의 감정을 가능한 한 받아주려 했고, 그러다 퇴근길에 마음이 허탈했던 날도 있었다.

지난번 《어른이 처음이라서 그래》를 읽으며 60대의 나 자신에게 완벽함을 강요하지 않고 따뜻한 자비를 건네는 법을 배웠던 것처럼, 이번에는 김범준의 《나를 피곤하게 만드는 것들과 거리를 두는 대화법》을 통해 나를 소모시키는 타인의 불필요한 감정선으로부터 스스로를 보호하는 지혜로운 소통 방식을 정리해 보게 되었다.

그래서 김범준의 《나를 피곤하게 만드는 것들과 거리를 두는 대화법》을 읽기 전에는 조금 의심했다. 수십년 동안 사람을 만나며 겪을 만큼 겪었는데, 대화법 책에서 새로운 것을 얼마나 얻을 수 있을까 싶었다. 상대를 설득하거나 겉으로 친절하게 대하는 처세술 정도가 아닐까 하는 생각도 있었다.

그런데 가장 오래 남은 것은 의외로 ‘잘 말하는 법’이 아니었다. 나를 보호하기 위해 적절한 거리를 두는 것이 오히려 지혜로운 대화가 될 수 있다는 생각이었다. 싸워서 이기거나 상대를 설득하려 애쓰기보다 내 감정이 끌려가지 않도록 선을 긋는 것. 나는 이것을 ‘대화의 방어 기제’라고 이해했다.

퇴근길의 허탈함이 줄어들었다

책의 내용이 와닿았던 것은 이미 비슷한 경험을 반복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누군가 피곤한 요구나 감정적인 푸념을 늘어놓을 때 무조건 들어주거나 반박하다 보면 어느 순간 상대보다 내가 더 지쳐 있었다.

그래서 책에서 제안하는 담담한 어조와 거리 두기의 표현을 실제 업무와 일상에서 적용해봤다. 예전 같으면 설명을 길게 하거나 상대의 감정을 달래려 했을 상황에서 "그렇군요", "그렇게 생각하실 수 있겠네요"라고 반응하며 한 템포 물러서는 연습을 했다.

이 작은 차이가 생각보다 컸다. 상대의 말에 바로 감정적으로 반응하지 않으니 내 마음이 덜 흔들렸다. 불필요한 감정 소모가 줄면서 남은 업무에도 보다 온전히 집중할 수 있었다. 단호하게 거리를 두는 것이 관계를 망치는 행동이라고만 생각했는데, 오히려 내 말을 주변에서 더 무게감 있게 받아들이는 변화도 느꼈다.

무엇보다 달라진 것은 모든 대화를 내가 책임질 필요가 없다는 생각이었다. 상대가 가진 감정까지 내가 해결해야 한다고 여기지 않으니 마음에 여백이 생겼다.

다만 모든 관계에 거리가 답은 아닐 것이다

그렇다고 이 책의 거리 두기를 모든 상황에 그대로 적용하고 싶은 것은 아니다. 책에서 제안하는 방법들이 감정적 차단이나 유연한 방어에 조금 더 무게를 두고 있다는 느낌도 있었다. 오랜 경험을 쌓아온 직장인의 입장에서 보면 때로는 피하지 않고 마음을 터놓아야 하는 순간도 있고, 중요한 사안에서는 분명한 결단과 책임을 함께 나누는 대화가 필요하다.

그래서 내가 받아들인 결론은 ‘사람과 거리를 두라’가 아니다. 필요한 관계에서는 진심으로 대화하되, 나를 소모시키는 감정까지 무조건 떠안지는 말자는 쪽에 가깝다. 다정함과 단호함이 서로 반대되는 것도 아니라고 생각한다.

앞으로 정년과 은퇴 이후를 살아가면서도 이 원칙을 계속 연습해보고 싶다. 나를 피곤하게 만드는 말과 소음에 매번 반응하기보다 내가 소중하게 생각하는 사람과 가치 있는 일에 마음을 쓰는 것. 아직 모든 상황에서 완벽하게 해낼 수 있다고 말할 수는 없지만, 적어도 이제는 대화에도 거리가 필요하다는 것을 경험으로 알게 됐다.

돌이켜보면 대화의 거리는 사람을 밀어내기 위한 벽이라기보다 내 마음의 평화를 지키기 위한 여백에 가까웠다. 지난 직장 생활에서 쌓은 경험에 이런 여백 하나를 더한다면, 앞으로의 삶은 조금 더 단정하고 편안해질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