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에도 기술이 필요하다》를 읽고, 오래된 관계에 다시 더한 유쾌함
직장과 가정에서 수많은 사람을 겪어왔지만, 내 뜻이나 진심과는 달리 일방적인 주장만 펼치다 대화가 겉돌거나 단단하게 굳어져 버렸던 순간들을 돌아보면 늘 소통의 여유와 기술에 대한 아쉬움이 남곤 했다.
《사랑에도 기술이 필요하다》를 읽고, 35년 차 직장인이 옛 연애서에서 배운 여유와 위트를 오래된 가정과 직장 관계에 적용하며 다정한 소통을 다짐하는 독서 서평입니다.
옛날 연애법이라고만 생각했는데
35년 가까이 직장생활을 하며 사람들과 부딪히고 관계를 맺다 보니, 일보다 어려운 것이 사람의 마음을 얻는 일이라는 생각을 할 때가 있다. 남편과 긴 세월을 함께 살아오고 직장에서 수많은 동료와 후배를 만나면서도 같은 말을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분위기가 달라지는 경험을 여러 번 했다.
지난번 《나는 왜 늘 내가 제일 마지막이었을까》를 읽고 나 자신을 돌보는 마음의 균형을 고민했던 것처럼, 이번에는 빅토리아 시대 연애서인 《사랑에도 기술이 필요하다》를 읽으며 상대를 끌어당기는 여유와 유쾌함이 내 삶의 소통에 어떻게 쓰일 수 있을지 돌아보게 되었다.
처음에는 조금 낯간지러웠다. 빅토리아 시대의 연애 이야기라니, 지금의 현실과는 거리가 있는 옛날식 연애 조언 정도로 생각했다. 35년 동안 사회생활을 해온 내게 새삼 연애 기술을 배울 필요가 있을까 싶기도 했다.
그런데 읽다 보니 꼭 남녀 간의 사랑에만 해당하는 이야기는 아니었다. 책에서 말하는 밀고 당기기와 위트, 상대를 끌어당기는 태도를 내 방식대로 해석하면 결국 상대의 마음과 상황을 살피면서 한 템포 여유를 두는 소통법에 가까웠다.
나는 그 부분이 의외로 현실적이라고 느꼈다. 내 생각을 정확하게 전달하는 것만큼, 상대가 그 말을 어떻게 받아들일지를 생각하는 것도 관계에서는 중요한 기술이었다.
한마디의 온도가 관계를 바꾼다
직장생활을 하면서 내 마음이나 신념을 일방적으로 밀어붙였을 때 대화가 매끄럽지 않았던 기억이 있다. 반대로 적절한 여유와 위트, 상대를 상쾌하게 만드는 다정한 말을 건넸을 때 굳어 있던 대화가 풀리는 순간도 있었다.
사랑이든 직장생활이든 사람을 대하는 데는 어느 정도 기술이 필요하다는 것을 이미 경험하고 있었지만, 이 책은 그 사실을 조금 다른 각도에서 바라보게 했다.
읽은 뒤에는 남편이나 주변 동료들과 이야기할 때 내 입장만 직설적으로 주장하기보다 살가운 위트나 칭찬을 한마디 얹어 대화를 부드럽게 해보았다. 상대의 반응을 바로 얻으려고 조급해하지 않고 한 템포 기다리는 것도 의식했다.
그 결과 가정에서도 직장에서도 대화의 분위기가 한결 풍성하고 유쾌해졌다. 불필요한 마찰이나 서운함이 줄었고, 오래된 관계에서도 소소한 긴장감과 따뜻한 활력이 되살아나는 느낌이 있었다. 수십 년 동안 쌓아온 신중함에 위트와 여유를 조금 보태니 사람을 대하는 내 태도도 한층 부드러워졌다.
다정함은 나이가 들어서도 배울 수 있다
그렇다고 책의 모든 조언이 지금의 현실에 그대로 맞는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빅토리아 시대의 신사와 숙녀를 전제로 한 연애관이나 계산된 밀당은 현대의 관계에서는 다소 연극적이고 답답하게 느껴지는 부분도 있었다.
살다 보면 거창한 밀당보다 솔직하게 마음을 표현해야 하는 순간이 있다. 책임져야 할 일이 있는 관계에서는 상대의 마음을 계산하기보다 진심을 분명하게 전달하는 편이 오히려 낫기도 하다. 35년 차 직장인으로 살아온 내 경험에서는 ‘기술’보다 진정성이 먼저여야 한다는 생각도 분명하다.
그래서 이 책의 조언을 그대로 따라야 할 연애 공식으로 받아들이지는 않았다. 내가 가져가고 싶은 것은 상대를 조종하는 기술이 아니라 관계에 여유를 더하는 태도다.
앞으로 은퇴 후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게 되더라도 나이가 들었다는 이유로 사람과 상황을 쉽게 단정 짓지 않으려 한다. 가족과 이웃, 새로운 인연을 대할 때 조금 더 부드럽게 말하고, 다정한 유머를 건넬 줄 아는 사람이 되고 싶다.
35년 동안 성실하게 살아오며 얻은 경륜에 꼭 거창한 것을 더할 필요는 없을 것 같다. 때로는 한마디를 부드럽게 하고, 한 박자 기다리고, 상대를 웃게 하는 것만으로도 관계는 달라질 수 있으니까. 사랑에서 배운 기술이 꼭 사랑에만 머물 필요는 없다는 것, 이번 독서에서 내가 가져온 가장 현실적인 생각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