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할 가게, 흥할 가게》를 읽고, 가게보다 먼저 내 삶의 기본을 돌아보다
퇴직 후 소소하게 내 가게나 사업을 열어볼까 고민하는 동료들의 이야기를 들을 때마다, 직장 생활만 해온 나로서는 현실의 자영업 세계가 얼마나 치열할지 막막함과 두려움이 먼저 앞서곤 했다.
《망할 가게, 흥할 가게》를 읽고, 직장인이 창업 비법을 넘어 내 삶과 관계를 기본과 정성으로 운영해 가는 '마음의 상점'을 다짐하게 된 솔직한 독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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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자책《망할 가게, 흥할 가게》표지 |
35년 가까이 직장 생활을 하면서 정년과 퇴직 후 가게를 열거나 창업을 준비하는 사람들을 적지 않게 보았다. 은퇴가 가까워지니 주변 동료나 후배들에게서도 “퇴직하면 무엇을 해야 할까”라는 이야기를 종종 듣는다. 소소하게라도 가게를 열어볼까 고민하는 경우도 있다.
지난번 《이제, AI직원 들이시죠?》를 읽고 디지털 신기술을 내 비서로 활용하는 법을 고민했던 것처럼, 이번에는 석종득의 《망할 가게, 흥할 가게》를 읽으며 거창한 성공 비법보다 실제로 오래 버티는 가게에는 무엇이 다른지, 내 인생 2막에 적용할 기본은 무엇인지 알고 싶었다.
손님이 무엇을 느끼는지 먼저 생각하기
책에서 가장 마음에 남은 것은 가게의 성패가 반드시 좋은 입지나 화려한 인테리어, 특별한 마케팅에 달려 있는 것은 아니라는 이야기였다. 저자는 고객의 입장에서 생각하고 작은 부분까지 챙기는 태도, 기본에 충실한 경영을 중요하게 이야기한다.
나는 이 내용을 읽으며 ‘가게 운영’이라는 말을 조금 다르게 받아들였다. 결국 장사를 잘한다는 것은 물건을 많이 파는 기술만이 아니라, 찾아온 사람이 무엇을 필요로 하는지를 살피는 일에 가깝다는 것이다.
돌이켜보면 직장에서도 비슷했다. 여러 업무를 처리하면서 성패를 가른 것은 거창한 아이디어보다 마지막까지 세심하게 챙기는 일이었던 경우가 많았다. 반대로 내 생각만 고집하거나 기본적인 절차를 소홀히 했을 때 일이 꼬였던 경험도 있다.
길을 걷다 무심코 들어간 식당이나 카페에서도 비슷한 차이를 느꼈다. 주인이 손님을 어떻게 바라보고 있는지, 작은 부분을 얼마나 신경 쓰는지에 따라 ‘다음에도 다시 오고 싶다’는 마음이 달라졌다. 책에서 말하는 고객 중심이라는 원칙이 멀리 있는 경영 이론처럼 느껴지지 않았던 이유다.
결국 기본이 오래 간다는 것
책의 내용을 읽고 나는 고객 중심 사고와 기본을 지키는 태도를 내 일상에도 적용해 보았다. 앞으로 은퇴 후 지식 나눔이나 사람들과 소통하는 자리를 만들게 된다면 ‘내 이야기를 얼마나 잘 전달할 것인가’보다 ‘상대에게 어떤 도움이나 위로를 줄 수 있는가’를 먼저 생각해 보려고 했다.
그 생각을 일상의 관계에도 조금씩 옮겨보았다. 사람을 대할 때 정결함과 친절함을 더 의식하고, 상대방의 입장에서 한 번 더 살펴보는 연습을 했다. 그 결과 직장 후배들이나 주변 사람들과 대화할 때 내 시선이 전보다 조금 세심해졌고, 관계도 한층 부드럽고 따뜻해졌다고 느꼈다.
물론 이 책의 모든 내용이 내 상황에 그대로 맞는 것은 아니었다. 다양한 경영 원칙과 성공 사례를 따라가다 보면 자영업 현장의 경쟁과 변화가 꽤 치열하게 느껴진다. 이미 오랜 세월 숨 가쁘게 직장 생활을 해온 60대의 입장에서는 또다시 수익과 확장을 위해 달려야 하는 것처럼 받아들여지는 부분도 있었다.
나는 은퇴 후까지 반드시 성장률과 매출을 높이는 삶을 살고 싶지는 않다. 소박하고 단란한 삶, 내 호흡에 맞는 일, 마음의 여유도 중요한 가치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책의 ‘흥하는 가게’를 그대로 따라가기보다는 내 삶에 맞게 다시 해석할 필요가 있다고 느꼈다.
은퇴 후에는 ‘흥하는 마음의 상점’으로
책을 읽고 나니 가게는 어쩌면 그 주인의 삶을 축소해서 보여주는 공간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손님을 대하는 태도, 기본을 지키는 습관, 작은 부분을 챙기는 마음이 결국 그 사람의 모습으로 드러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은퇴 후 내가 가게를 차리지 않더라도 경영해야 할 것은 분명히 있다. 바로 나의 삶이다.
35년 동안 직장에서 쌓아온 신중함과 성실함은 은퇴와 함께 사라지는 경력이 아니라 앞으로의 삶에서도 사용할 수 있는 자산이다. 여기에 사람을 대하는 따뜻함과 정성을 더한다면, 꼭 큰 가게를 운영하지 않아도 주변에 가치를 나누는 삶을 만들 수 있을 것 같다.
앞으로는 나라는 사람 자체가 누군가에게 편안함과 지혜를 건넬 수 있는 ‘흥하는 마음의 상점’이 되었으면 한다. 후배의 이야기를 조금 더 잘 들어주고, 이웃에게 따뜻한 응원을 건네고, 내가 가진 경험을 필요한 사람과 나누는 것부터 시작해 보고 싶다.
흥하는 가게의 비밀이 진심과 기본에 있다면, 인생 2막도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다. 다만 이제는 더 많이 가지기 위해서가 아니라, 내가 가진 것을 잘 다듬고 나누기 위해 살아보고 싶다. 《망할 가게, 흥할 가게》는 내게 창업의 기술보다 은퇴 이후 내가 어떤 태도로 삶을 운영할 것인지 먼저 생각하게 한 책으로 남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