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안할 땐 뇌과학》을 읽고, 은퇴를 앞둔 나의 불안을 다시 바라보다

은퇴가 가까워지면서 아직 일어나지 않은 일까지 미리 걱정할 때가 있다. 불안한 마음을 없애려고 애쓸수록 오히려 생각이 많아지기도 했다. 《불안할 땐 뇌과학》을 읽으면서 불안을 무조건 없애야 할 감정으로만 볼 필요는 없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책 《불안할 땐 뇌과학》 표지
직접 읽은 《불안할 땐 뇌과학》의 책 표지

불안을 내 탓으로 돌리던 시간

35년 가까이 직장생활을 하면서 책임감과 성과에 대한 부담을 느껴왔다. 중요한 발표나 큰 프로젝트를 앞두면 많이 긴장되고, 은퇴 후의 삶을 생각할 때는 아직 일어나지 않은 일까지 미리 걱정하곤 했다.

특히 중요한 발표를 앞두고 있을 때는 정말 준비를 많이 했음에도 긴장되고 불안한 마음 때문에 발표일이 지나갈 때까지 힘들었었다. 그때는 걱정을 멈추고 싶어도 쉽게 멈출 수 없었다.

이전에 《외로운 건 싫은데 혼자 있고 싶어》를 읽으며 혼자 보내는 시간의 의미를 생각했다. 이번에는 《불안할 땐 뇌과학》을 통해 혼자 있는 시간에도 마음을 복잡하게 만드는 걱정을 어떻게 바라볼 수 있을지 생각해 보았다.

그럴 때마다 나는 스스로에게 “생각하지 말아야지”라고 말했다. 하지만 생각을 멈추려고 애쓸수록 걱정은 더 이어졌다. 그러다 보면 왜 나는 다른 사람처럼 마음을 편하게 갖지 못하는지, 내가 유난스럽거나 의지가 약한 것은 아닌지 자책하기도 했다.

이 책에서 인상 깊었던 부분은 불안을 바라보는 관점이었다. 저자는 불안을 단순히 성격이나 의지의 문제로 보기보다, 위험에 대비하려는 뇌의 반응과 연결해 설명한다. 특히 편도체와 대뇌피질 등 뇌의 작용을 통해 불안이 생기고 생각이 이어지는 과정을 살펴보는 대목이 눈에 들어왔다.

이 설명을 읽으면서 불안이 생긴다는 사실만으로 나 자신을 탓할 필요는 없겠다고 생각했다. ‘내가 문제가 아니라, 불안은 누구에게나 나타날 수 있는 반응이구나’ 하는 생각이 들면서 마음이 조금 놓였다. 예전에는 불안을 없애야 할 감정으로만 생각했지만, 이제는 불안이 생겼다는 이유로 나를 비난하기보다 잠시 멈춰 내 상태를 살펴보려 한다.

숨을 고르니 생각의 속도도 달라졌다

책에서 소개한 방법 가운데 내가 시도한 것은 복식호흡과 생각을 잠시 멈추고 바라보는 방법이었다. 걱정이 꼬리를 물기 시작하면 무조건 생각을 없애려고 하기보다, 지금 내가 무엇을 걱정하고 있는지 먼저 알아차리려고 노력했다.

중요한 발표를 앞두고 긴장될 때는 잠시 조용한 곳으로 이동해 깊이 숨을 들이쉬고 내쉬곤 했다. 숨을 4초 동안 들이쉬고 6초 동안 내쉬는 호흡을 반복하면서 마음이 조금 가라앉기를 기다렸다. 업무 중 긴장했을 때도, 은퇴 후의 생활을 걱정할 때도 이 방법을 시도해 보았다.

호흡을 10번 정도 반복한 뒤 가슴의 두근거림이 조금 잦아드는 것을 느꼈다. 불안이 완전히 사라진 것은 아니었다. 그래도 잠시 호흡에 집중하고 나면 걱정에만 매달리던 상태에서 벗어나 다음에 무엇을 해야 할지 생각할 여유가 생겼다.

한편 책의 설명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고 느낀 부분도 있었다. 뇌의 작용을 이해하면 불안이 생기는 과정을 바라보는 데 도움이 되지만, 내가 은퇴를 앞두고 느끼는 고민이 모두 뇌의 반응만으로 설명되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했다. 앞으로 어떤 일을 하며 살아갈지, 지금까지의 삶에서 무엇을 이어가고 무엇을 내려놓을지에 대한 고민은 별도로 돌아볼 필요가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고민이 언제나 나쁜 것만은 아니다. 어떤 문제를 충분히 생각하다 보면 해결 방법을 찾거나 미리 대비할 수 있기 때문이다. 중요한 것은 모든 걱정을 없애려 애쓰기보다, 지금 해결할 수 있는 문제와 아직 일어나지 않은 일을 구분하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오랜 세월을 일하며 살아온 나에게 은퇴는 단순히 불안을 조절하는 문제만은 아니다. 앞으로 어떤 삶을 살고 싶은지, 직장에서 맡았던 역할이 사라진 뒤 무엇을 중요하게 여기며 살 것인지 스스로 묻는 시간이기도 하다. 이런 고민까지 호흡 몇 번으로 해결할 수 있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불안을 없애기보다 다루는 연습

이 책을 읽은 뒤 가장 달라진 점은 불안을 대하는 태도다. 예전에는 걱정이 생기면 생각을 멈추려고 애쓰거나 그런 마음을 갖는 나 자신을 탓하기만 했다. 이제는 불안이 생겼다는 사실부터 인정하고, 잠시 호흡을 고르거나 무엇을 걱정하는지 살펴보려 한다. 불안이 사라진 것은 아니지만, 적어도 불안을 대하는 방법은 조금 달라졌다.

은퇴 후의 불안이 모두 해결된 것은 아니다. 앞으로 어떤 일이 생길지 나도 알 수 없다. 하지만 아직 일어나지 않은 일을 걱정하느라 오늘 해야 할 일과 지금 누릴 수 있는 시간까지 놓치고 싶지는 않다.
오랜 시간 직장생활을 했어도 앞으로의 삶은 여전히 배워가는 중이다. 불안이 생길 때마다 나 자신을 탓하기보다 잠시 숨을 고르고, 무엇이 걱정되는지 살펴보려 한다. 우선 하루를 마칠 때 그날 마음에 남은 일을 몇 줄 적는 것부터 시작해 보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