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하기의 디테일》을 읽고, 오래 말해온 사람일수록 한 템포 늦춰야 했다

35년 동안 수많은 후배와 동료들을 마주하며 내 나름대로는 정성껏 조언을 건넸다고 믿었지만, 돌이켜보니 내 짧은 조급함과 단정적인 어조가 누군가에게는 뜻하지 않은 부담이 되었을지도 모른다는 사실에 마음이 무거워졌다. 

《말하기의 디테일》을 읽고, 35년 차 직장인이 경험에 기댄 조언 대신 한 템포 늦춘 경청과 다정한 말의 온도로 어른의 품격을 만들어가는 독서 서평입니다.

전자책《말하기의 디테일》표지
전자책《말하기의 디테일》표지

35년 가까이 직장 생활을 하면서 수많은 사람과 대화하고 회의하고 보고하고 상담했다. 연차가 쌓이고 선배와 관리자의 위치에 서면서 말 한마디의 무게도 자연스럽게 알게 됐다. 좋은 의도로 한 말이 상대에게는 부담이 되거나 상처가 될 수 있다는 사실도 여러 번 경험했다.

지난번 《망할 가게, 흥할 가게》를 읽고 내 삶과 관계를 기본과 정성으로 운영하겠다고 다짐했던 것처럼, 이번에는 강미정의 《말하기의 디테일》을 읽으며 말재주보다 상대를 대하는 작은 태도들이 어떻게 소통의 결과를 바꾸는지 깊이 돌아보게 되었다.

말의 온도를 낮춘다는 것

책에서는 상대의 말을 잘 듣고 시선을 맞추는 태도, 억양과 말의 속도, 상대의 감정을 살피고 긍정해 주는 표현처럼 사소해 보이는 부분을 중요하게 다룬다. 나는 이것을 ‘말의 내용보다 말이 전달되는 방식도 함께 살펴야 한다’는 의미로 받아들였다.

돌이켜보니 직장에서 후배나 동료에게 조언할 때 이런 부분을 놓친 적이 있었다. 내 의도는 도움을 주려는 것이었지만, 조급한 마음에 결론부터 말하거나 단정적인 어조를 사용했다. 내가 오랜 시간 쌓아온 경험을 바탕으로 한 말이었지만 상대에게는 오만하거나 지적으로 느껴질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경험이 많다는 것이 언제나 대화의 장점은 아니었다. 오히려 경험이 많을수록 상대가 말을 끝내기도 전에 ‘내가 아는 이야기’라고 판단하기 쉬웠다. 그 점이 이 책을 읽으며 가장 불편하게 돌아본 부분이다.

먼저 듣고, 한 템포 늦게 말하기

그래서 책에서 강조한 ‘끝까지 들어주는 경청’과 말의 속도를 한 템포 늦추는 것을 실제로 적용해 보았다. 후배나 동료가 찾아와 이야기를 할 때 내 주장을 먼저 얹기보다 “그랬구나”, “그런 마음이었겠네”처럼 상대의 감정을 먼저 받아주는 말을 사용했다.

말을 조금 천천히 하는 것도 의식했다. 별것 아닌 변화처럼 보이지만 대화의 분위기는 달라졌다. 상대방이 전보다 편안한 표정으로 자신의 이야기를 이어갔고, 마음속에 있던 이야기를 더 깊게 털어놓기도 했다. 불필요한 오해나 감정적인 마찰도 줄어드는 것을 느꼈다.

이 경험을 하면서 좋은 말하기는 내가 얼마나 많은 것을 알고 있느냐의 문제가 아니라는 생각이 분명해졌다. 내가 가진 경험을 상대에게 쏟아내는 것보다, 그 경험을 잠시 내려놓고 상대의 말을 들을 수 있는지가 더 중요할 때가 있었다.

다만 책의 모든 소통법을 그대로 받아들인 것은 아니다. 직장에서는 때때로 원칙을 분명하게 전달하고 단호하게 결정해야 하는 순간도 있다. 상대의 감정을 배려한다는 이유로 지나치게 눈치를 보거나 애매하게 말한다면 오히려 책임자의 역할을 다하지 못할 수도 있다. 따뜻함과 명확함 가운데 하나를 선택하기보다 상황에 따라 두 가지를 함께 갖추는 것이 필요하다고 본다.

나이가 들수록 말에도 품격이 필요하다

이번 독서와 실제 적용을 거치며 내 말하기를 바라보는 기준이 달라졌다. 예전에는 좋은 말이란 정확하고 논리적인 말이라고 생각했다면, 이제는 상대방을 편안하게 만드는 말에도 같은 비중을 두게 됐다.

35년 직장 생활의 경험은 분명 내게 중요한 자산이다. 하지만 그 경험이 상대의 말을 막는 도구가 되어서는 안 된다. 내가 아는 것을 조금 덜 말하고, 상대의 이야기를 조금 더 오래 들어주는 것이 오히려 그동안 쌓은 경험을 제대로 사용하는 방법일 수도 있겠다.

앞으로도 ‘한 템포 늦춰 듣고, 다정하게 건네는’ 말하기를 계속 연습해 보고 싶다. 은퇴 후 인생 2막에서도 내 말을 통해 누군가에게 편안함과 용기를 줄 수 있다면 좋겠다.

말은 그 사람의 인품과 살아온 시간을 비추는 거울이라고 한다. 35년 동안 쌓아온 경륜에 다정한 말하기의 디테일까지 더한다면, 앞으로 만나는 사람들과의 대화도 지금보다 조금 더 깊고 따뜻해질 것 같다. 나이가 들수록 말이 많아지는 어른보다, 필요한 말을 고르고 상대의 말을 기다릴 줄 아는 어른에 가까워지고 싶다.